[예수청년] 하나님과 한국 사랑… 선교사님과 저, 닮았나요?

영화 ‘서서평, 천천히 평온하게’ 서서평 선교사 역 배우 윤안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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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종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독일인 배우 윤안나씨가 서서평 선교사 역을 맡으며 느낀 소회와 크리스천 배우로서의 비전을 소개하고 있다. 김보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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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종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독일인 청년에게선 105년 전 32세의 나이로 조선의 선교사가 됐던 독일 청년의 모습이 데자뷔(Deja-vu)처럼 떠올랐다. 두 사람은 배우 윤안나(본명 안나 엘리자베스 리흘만·25)씨와 서서평(본명 엘리자베스 쉐핑·1880∼1934) 선교사다. 윤씨는 20일 제14회 서울국제사랑영화제 개막작 ‘서서평, 천천히 평온하게’에서 서 선교사 역을 맡은 배우다.

커다란 눈망울, 오뚝 솟은 콧대, 새하얀 피부. 스크린에서 막 튀어나온 서양 배우의 모습을 한 그는 유창한 한국어로 “어머, 저보다 빨리 오셨네요. 반가워요”라고 인사를 건넸다. 일상적인 대화를 넘어 감정을 두드리는 영역까지 언어구사 능력을 갖춰야 하는 게 연기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전문사(대학원) 연기과 3학년에 재학 중인 그가 이 과정 개설 이래 최초의 외국인 학생으로 입학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지 엿볼 수 있었다.

독일에서 태어난 윤씨는 15세 때 김기덕 감독의 영화 ‘빈 집’을 보고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거장 임권택 감독의 작품 등 한국영화에 매료되면서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한국문화와 역사에 대해 더 많이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회상했다. 몇 개월 후 기회가 찾아왔다. 독일의 한 지역교회와 한국교회가 교류하는 프로그램 참가자로 2주 동안 한국에 머물게 된 것이다.

“경주, 비무장지대(DMZ) 등 한국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곳들은 물론 전국 각지의 교회들을 방문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했어요. 독일교회와 한국교회에 대해서도 얘기를 많이 나눴는데 한국 크리스천들의 신앙이 정말 뜨겁다는 걸 느꼈죠. 2주 뒤 독일로 돌아갔는데 어찌나 한국에 다시 오고 싶은지(웃음). 결국 밤새워 한국어를 공부하고 방과 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5개월 동안 돈을 모아 방학 때 두 번째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그는 신문방송학 전공자로서 부전공으로 한국학을 공부하며 대학생활을 시작했지만 한국영화에 대한 동경과 연기를 향한 꿈은 날로 커졌다. 결국 졸업과 함께 결단을 내렸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하나님의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며 기도로 응원해주신 아버지 덕분에 고민 대신 목표를 갖고 새로운 출발선에 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연기 전공자로서 배우의 꿈을 키워오던 지난해 7월. 윤씨는 운명처럼 영화 ‘서서평’을 만났다. 독일 대학 재학 시절 한국학과 조교로 일하면서 만났던 한국인 교수의 권유로 서 선교사 역에 지원하게 된 것이다. 오디션을 거쳐 캐스팅이 확정되던 날, 그는 독일에 있는 어머니와의 대화를 떠올렸다.

“한국에서 연기를 공부하면서 ‘이곳에서 네게 주어지는 배역은 외국인 며느리밖에 없을 거다’란 얘길 종종 들었어요. 한참 속상해 있을 때 어머니가 말씀해주셨죠. ‘한국은 외국인 선교사들이 뿌린 복음의 씨앗으로 선교강국이 된 나라다. 만약 그들의 이야기가 작품으로 제작된다면 네 연기가 귀하게 쓰임 받을 수 있을 거야’.”

CGNTV(대표 이용경)가 제작한 영화 ‘서서평’은 독일에서 사생아로 태어나 간호사로 조선에 파송돼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의 어머니로 살았던 서 선교사의 삶을 조명했다. 서 선교사는 독신으로 고아 14명을 입양해 길렀고 많은 과부들을 돌봤다. 한국 최초의 여성 신학교이자 한일장신대의 전신인 이일학교를 세워 과부와 버려진 소녀들을 구제해 교육했고, 한센인과 걸인들을 자신보다 더 극진히 살폈다. 54세에 풍토병과 영양실조로 생을 마감하면서도 자신의 시신을 의학용으로 기증하며 조선인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했다.

윤씨는 “작품을 준비하고 촬영을 거듭할수록 서 선교사의 삶에 녹아들었다”고 했다. 특히 주검이 된 서 선교사의 시신이 옮겨질 때 광주 시민들이 “어머니”라고 울부짖으며 따라오는 장면에선 “마치 진짜 서 선교사가 된 것처럼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고 고백했다.

“하나님을 믿는 사람은 삶이 곧 선교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술을 하는 저에겐 화면을 통해 전달되는 연기, 촬영장에서의 모습, 일상 속 수많은 만남 등이 선교 현장인거죠. 이번 영화 또한 하나님을 전하는 귀한 통로가 되길 바랍니다.”

글=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사진=김보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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