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심장부서 총격 테러… 우파 후보에 힘 실리나 기사의 사진
프랑스의 과학수사 요원들이 21일 새벽(현지시간) 파리 시내 샹젤리제 거리에서 전날 밤 총격 테러를 저지른 용의자가 탔던 차량을 조사하고 있다. 자동소총을 지닌 테러범은 정차해 있던 경찰 순찰차량을 공격해 경찰관 1명이 숨지고 2명이 크게 다쳤다. 테러범은 현장에서 사살됐다.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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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대선 1차 투표(23일)를 사흘 앞두고 파리 한복판에서 총격 테러가 발생하면서 대선 정국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선거가 막판까지 박빙의 혼전 양상인 가운데 안보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며 반이민 정책을 내건 우파 후보들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관측과 함께, 테러에 ‘면역력’이 생긴 프랑스 국민들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20일(현지시간) 오후 9시20분쯤 파리 시내 최대 번화가인 샹젤리제 거리에서 테러범이 자동소총으로 정차해 있던 경찰 순찰차량을 공격해 경찰관 1명이 숨지고 2명이 크게 다쳤다. 테러범은 경찰과 총격전 끝에 현장에서 사살됐다.

프랑스의 심장부를 겨냥한 테러는 마지막 대선 TV토론이 생방송으로 전파를 타던 시각에 일어나 더욱 충격이 컸다. 테러 소식이 전해지면서 TV토론도 잠시 중단됐다. 사회자가 사건 소식을 전하자 ‘안보 적임자’를 자처해 온 중도우파 공화당의 프랑수아 피용 후보와 극우파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후보는 즉각 선거운동 중단을 선언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긴급 대책회의 뒤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사건을 테러라고 확신한다”면서 “대선이 안전하게 치러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테러 직후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는 선전매체인 아마크통신을 통해 자신들이 이번 사건을 주도했다고 발표하며 총격 용의자가 아부 유시프란 남성으로 벨기에 국적 조직원이라고 신원을 공개했다.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테러 배후를 자처한 것은 수세에 몰린 IS가 프랑스 대선 정국을 이용해 전 세계에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지 언론은 이번 테러가 대선에 막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프랑스판 ‘IS 총풍’ 사건은 반이슬람 기치를 내건 극우 르펜과 안보 문제에 강경한 보수파를 자임해 온 피용 등 우파 후보들의 지지율을 끌어올릴 것이란 전망도 분분하다.

당장 르펜과 피용은 기다렸다는 듯 이번 사건을 본인들의 안보 강경론을 강조하는 데 활용하고 나섰다. 그동안 테러가 발생할 때마다 지지율 상승이란 반사이익을 누렸던 르펜은 이번 테러가 발생하기 이전부터도 “대선에서 안보와 테러리즘 문제가 사라졌다”면서 이슬람 극단주의를 뿌리 뽑고 합법적 이민까지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피용은 “테러 위협은 다음 대통령에게 최우선 순위가 돼야 한다”면서 자신이 수년간 테러에 맞서왔기 때문에 테러 단체들이 자신을 가장 큰 위협으로 여긴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르펜과 선두를 다퉈 온 중도신당의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와 최근 지지율 급상승세를 타고 있는 급진좌파 진영의 장뤼크 멜랑숑 후보는 국가안보 문제에 상대적인 온건파로 인식돼 선거 막판 돌발 악재를 만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프랑스 국민들은 이미 극단주의 선동의 실체를 충분히 파악하고 있고, 잇따른 테러에 내성이 생겨 이번 사건의 영향력이 제한적일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2015년 11월 파리 테러 이후 국가비상사태가 유지되고 있는 프랑스에서 안보와 테러리즘 문제는 이미 유권자들의 만성화된 관심사가 됐고, 실업과 소비 활성화 등의 경제이슈가 보다 더 절박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글=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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