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상기 차장] 진짜 면역력 기사의 사진
지난해 여름 경기도의 한 캠핑장에 가족 나들이를 갔다 뱀에 물린 적이 있다. 컴컴한 밤에 돌계단을 오르던 순간이었다. 무심결에 뱀을 밟기라도 했을까. 뱀이 슬리퍼 앞으로 나와 있던 내 오른쪽 발가락을 콱 물었다. 처음에는 돌 사이 튀어나온 못에 찔린 줄로만 알았다. 쇠망치로 맞은 것처럼 상처 부위가 얼얼해지더니 몇 분간 데굴데굴 구를 정도의 격통이 이어졌다. 자세히 보니 작은 이빨 자국 2개가 선명했다. 아, 이게 말로만 듣던 뱀이로구나. 곧바로 병원 응급실로 달려갔다. 해독제를 놓던 당직 의사는 “이제 독사에게도 물렸으니 웬만한 감기도 거뜬히 이겨내는 것 아닙니까”라며 웃었다. 우스갯소리인줄 알면서도 한동안 ‘뱀독이 내 몸에 들어갔으니 면역력이 강해졌을지도 몰라’ 하는 엉뚱한 자신감이 생겼다.

1962년 마블 코믹스의 최고 히어로 스파이더맨의 탄생은 바로 만화 같은 상상력에서 시작된다. 평범한 대학생 피터 벤저민 파커는 방사능에 노출돼 유전자가 변형된 거미에 물린 뒤 초능력을 가진 슈퍼 히어로로 거듭난다. 파커는 벽을 자유자재로 타고 다니고, 손바닥에서 거미줄을 발사하면서 도심 숲을 날아다닌다. 어마어마한 힘을 지니게 된 것은 물론이다.

요즘 부모들 사이에서 자연치유 육아가 유행이라고 한다. 백신 대신 자연스럽게 질병에 걸렸다가 치료가 돼야만 아이가 진짜 면역력을 갖게 된다는 믿음이다. 지난해에는 아이에게 수두 항체를 만들어주겠다며 수두 걸린 아이와 함께 놀게 하는 ‘수두파티’가 논란이 됐었다. 지난달 출간된 ‘예방접종이 오히려 병을 부른다’의 저자는 “화학물질의 백신 혼합물이 오히려 면역 체계에 손상을 입힌다”면서 “5세 미만 어린이 사망자 1000명 중 8명은 백신 접종이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세태를 몰상식하다고 타박할 수만은 없다. 메르스와 가습기 살균제 파문, C형 간염 집단 발병 등의 사태로 보건의료계가 국민 불신을 자초한 건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김상기 차장, 그래픽=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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