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준동] 테임즈 신드롬 기사의 사진
“한국에 가지 않고 미국에 계속 있었다면 변하지 않았을 것이다. 적응하지 못하면 치즈버거를 팔아야 할 것이라는 각오로 다시 시작했다. 한국에서 많은 것을 읽고 마음의 평화를 공부했다.”

올해 메이저리그에서 거센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에릭 앨린 테임즈(31·밀워키 브루어스)의 고백이다. 올 시즌 초반 그가 써내려가고 있는 메이저리그 귀환기는 경이롭다. 18경기를 뛰었을 뿐인데 벌써 홈런 8개로 24일 현재 메이저리그 이 부문 전체 단독 1위다. 이 중에는 팀 역사상 타이기록인 5경기 연속 홈런도 포함돼 있다. 이밖에 장타율 2위(0.828), 출루율 3위(0.461), 타율 7위(0.359)에 올라있다. 2014∼2016년 NC 다이노스 소속으로 KBO(한국야구위원회)리그를 주름잡았던 ‘마산 로보캅’이 야구 본고장까지 접수할 태세다. 미국 팬들이 ‘도대체 어디에 있다가 이제 나타났느냐’고 열광할 정도다. ‘테임즈 신드롬’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캘리포니아 출신인 그의 인생은 드라마틱하다. 2008년 전체 219번째로 토론토에 입단했지만 3년 뒤에야 메이저리그에서 뛸 수 있었다. 마이너리그에서는 좋은 타자였지만 빅리그에선 그저 그런 선수였다. ‘눈물 젖은 빵’을 수없이 먹어야 했다. 2013년 방황하던 그에게 바다 건너 저 멀리서 연락이 왔다. 한국의 신생팀 NC였다. 한국은 기회의 땅이었다. 마이너리그에서조차 출전 기회가 보장되지 않았지만 한국에서는 언제나 주전, 그리고 4번 붙박이 타자로 매 경기를 뛸 수 있었다. 운명의 땅에서 그는 새로운 운명을 개척해 나갔다. 운동장에 제일 먼저 나왔고 그날 경기에 만족하지 못하면 스스로 훈련에 매진했다. 3년 내내 그랬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했던가. 2015년 한국 최초 40홈런-40도루를 달성해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가 됐고 2016시즌이 끝난 뒤에는 미국으로 유턴하는 데 성공했다. 몸값도 달라졌다. 한국으로 오기 직전 마이너리그에서 연봉 49만 달러(약 5억7000만원)에 불과했던 그는 3년 1600만 달러(약 187억원)라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밀워키 유니폼을 입었다. 마이너리그 거부권은 덤이었다.

테임즈는 팔 및 정강이 보호대에 ‘테임즈’라는 한글을 새겨 한국에서 뛰었던 시절을 잊지 않고 있다. “한국인을 향한 나의 애정을 보여주고 싶다(I’m showing my love for Korean people)”고 했다. 노력의 ‘나비효과’가 어디까지 향할지 관심이다.

글=김준동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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