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박현동] 내부 고발자 기사의 사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존 에드거 후버 FBI 국장을 믿지 못했다. 후버가 비밀정보를 이용해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고 의심했던 것. 자칫 대통령인 자신도 후버의 손에 놀아날 것이라는 위기감을 느꼈다. 고민 끝에 FBI 부국장 마크 펠트를 통해 후버를 견제했다. 닉슨으로서는 후버를 제어할 수 있었고, 펠트는 내심 자신이 차기 FBI 국장에 오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처남 좋고 매부 좋은 일이었다.

세상사가 어디 뜻대로 되는가. 1972년 후버가 죽자 닉슨은 펠트 대신 패트릭 그레이 법무부 차관보를 FBI 국장으로 임명했다. 펠트가 제2의 후버가 될 것이라고 염려했던 때문. 펠트는 배신감에 빠졌다. 닉슨의 하야를 초래한 워터게이트 사건의 딥 스로트(Deep Throat)는 이렇게 잉태됐다. 2005년 죽음을 앞둔 펠트는 자신이 워터게이트 사건의 내부고발자라고 고백한다. 사건 발생 33년 후다.

워터게이트 사건이 사적 ‘복수심’에서 기인했다는 것은 의외다. 최순실 국정농단과 관련한 내부고발에도 유사한 이유가 있었다고 한다. 시각은 엇갈린다. 정의롭다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사적 이익을 위한 밀고라는 부정적 인식이 있다. 내부고발자는 왕따는 물론 배신자라는 낙인까지 찍힌다. 심한 경우 암살 위협에 시달린다. 미 국가안보국(NSA) 전 요원 에드워드 스노든이 그랬다. 내부고발자는 대체로 조직 핵심 인물이거나 리더 측근이다. 정치권에는 운전사가, 기업의 경우 비서나 자금 담당자가 많다. 언론 제보나 양심선언 형태가 일반적이고, 근자엔 회고록을 통한 내부고발도 있다.

며칠 전 현대자동차가 내부고발자 K씨의 복직을 거부하고 고발했다고 해서 논란이다. 공익제보자가 아니라 사익을 위해 회사 자료를 유출했다는 것이 이유다. 실제로 K씨는 공익제보 전에 회사와 딜을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예전에도 정의(正義)와 악의(惡意)가 혼재된 내부고발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악의가 있었다 하더라도 정의가 무시돼선 안 된다. 비록 결과론이라고 할지라도.

박현동 논설위원, 그래픽=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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