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난 속에서 격무에 시달리다 건강이 나빠졌고, 병가 뒤 출근 직전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한 국회사무처 직원에게 대법원이 공무와 사망 간 인과관계를 인정했다. 당시 이 직원은 자살예방 전화상담을 제공하는 ‘생명사다리 상담센터’ 개소를 준비 중이었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국회사무처 의정종합지원센터 청원담당 공무원이던 A씨의 유족이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보상금 부지급결정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26일 밝혔다. A씨가 낯설고 과중한 업무로 큰 정신적 고통을 받았으며, 결국 이에 따른 우울증으로 자살에 이른 만큼 공무상 재해가 인정된다는 취지의 판단이었다.

A씨는 연 6000건에 달하는 국회 접수 청원·민원의 처리를 총괄해 왔다. 2013년 1월부터는 기존 업무 외에 추가로 자살예방 상담센터의 개소·운영 준비까지 맡았다. 개소일까지는 인원 보충이 이뤄지지 않았고, A씨는 휴일에도 일하는 등 월 50시간 이상 추가근무를 해야 했다.

A씨는 결국 같은 해 4월 체중 감소와 사지통증, 피로, 불면증 등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병가를 냈던 A씨는 병가가 끝나 출근하기 직전인 2013년 5월 1일 새벽 자택 베란다에서 투신했다.

하급심은 “도저히 감수하거나 극복할 수 없을 정도의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았다거나 그로 인해 우울증이 발병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하급심과 달리 “A씨는 우울증으로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처했다”고 판시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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