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에서] 불혹이라고 느낀다면  연 1회 녹내장 검진을 기사의 사진
최근 50대 환자가 눈이 뻑뻑하고 피로한 증상을 호소하며 안과를 방문했다. 환자의 눈을 검진한 결과, 시신경이 손상되어 시야가 좁아지다 제대로 진료를 받지 않고 방치할 경우 실명까지 유발할 수도 있는 녹내장이었다. 지금까지 눈에 대해서 큰 불편 없었던 탓인지 환자는 녹내장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녹내장은 눈 속의 압력인 안압이 높아지거나 혈액 순환 장애 등의 원인에 의해 시신경이 서서히 손상되면서 보이는 범위인 시야가 점점 좁아지는 만성질환이다. 녹내장이 무서운 이유는 방치될 경우 실명까지 유발할 수 있지만 어느 정도 진행될 때까지는 특별한 자각증상이 없기 때문이다.

녹내장은 연령이 높아짐에 따라 발생 위험도 증가하며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단순 노안으로 오인하기 쉽다. 이로 인해 상당수 환자들이 증상이 진행된 후에야 뒤늦게 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하며, 실제 국내 녹내장 환자들을 대상으로 녹내장을 진단 받은 경위를 추적 조사한 결과에서도 환자들의 74.2%가 다른 증상 때문에 안과를 방문했다가 녹내장을 우연히 발견한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녹내장은 한 번 진단되면 평생에 걸쳐 지속적으로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다. 일단 녹내장이 발생하면 없애는 방법은 아직까지 없으며, 더 진행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따라서 녹내장을 조기에 발견하여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녹내장의 진행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안압을 낮춰주고 시신경을 보호해주는 안약을 꾸준히 사용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안약만으로 치료 효과가 충분하지 않으면 안압을 낮추는 레이저나 수술치료를 함께 하기도 한다.

환자가 스스로가 녹내장을 의심해 볼 수 있는 증상으로는 시야가 흐려지거나 밝은 빛 주변으로 무지개 빛 원이 보이는 것, 눈 부위의 통증이나 두통, 오심과 구토, 갑작스러운 시력 상실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라면 가급적 신속히 안과에 내원해 전문의 진료를 통해 녹내장 발생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녹내장으로 인한 시야 결손은 대부분 서서히 진행되는 만큼 진행 초기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발생 위험이 높은 군에서는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 검진을 꾸준히 챙기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한국녹내장학회에서는 녹내장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40대 이상인 경우 증상의 유무와 관계없이 연 1회 안과 검진을 권장하고 있다. 또 고도 근시, 녹내장 가족력을 가졌거나 당뇨병·고혈압·중풍 환자의 경우 고위험군인 만큼 40세 이전에라도 정기 검진을 챙겨야 한다.

안타까운 점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안과 정기 검진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녹내장학회가 진행한 조사에서 40대 응답자 중 10명 중 7명 이상이 녹내장 조기 진단을 위해 연 1회 안과 검진이 권장되는 것을 들어 본적이 없다고 답변했다.

이렇다 보니 실제 진료 시에 뜻하지 않게 녹내장을 진단 받고 깜짝 놀라는 환자들을 심심치 않게 만나게 된다. 눈 건강을 지키려면 기본적인 안과 질환에 대해서 스스로 잘 인지하고 정기 검진을 통해 관리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황영훈 건양의대 김안과병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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