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명희] 전인권의 수난 기사의 사진
5공화국 시절 탤런트 박용식은 전두환 대통령을 닮았다는 이유로 방송 출연을 금지당했다. “못 생겨서 죄송합니다.” “콩나물 팍팍 무쳤냐?” 등을 유행시키며 전성기를 구가하던 코미디언 이주일도 1981년 방송에서 퇴출됐다가 전두환 정권 말기인 1986년 복귀했다. 너무 못 생겼고 저질이라고 시청자들이 항의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실제는 전 대통령과 같은 대머리였기 때문이란 게 정설이다.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노제 사회를 본 개그맨 김제동은 이명박정부에 밉보여 KBS 방송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록그룹 들국화의 멤버였던 전인권이 2004년 발표한 ‘걱정 말아요 그대’가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그제 한 네티즌이 인터넷에 독일 그룹 블랙 푀스(Black Fooss)가 1971년 발표한 ‘드링크 도흐 아이네 멧’(Drink doch eine met·한잔 같이 하자)이란 곡과 유사하다는 글을 올리면서다. 이 곡은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 이적의 리메이크 OST로 삽입됐고 지난겨울 촛불집회에서 전인권이 직접 부르기도 했다. 전인권은 27일 “40년 음악인생을 걸고 표절하지 않았다”고 부인했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그는 지난 18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지지 선언을 하면서 ‘문빠’들로부터 ‘적폐 가수’라고 공격을 받았다. 이어 다음 달 6, 7일 예정된 공연 티켓 환불이 이어지자 7일자 공연을 취소했다. ‘문재인 블랙리스트 1호=전인권’이란 말이 나올 법하다.

메릴 스트립, 알렉 볼드윈, 마돈나 등 할리우드 배우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거칠게 비판하고 풍자했지만 불이익을 당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대선 기간 트럼프와 설전을 벌였던 폭스뉴스 여성 앵커 메긴 켈리는 연봉 2000만 달러(약 226억원)의 파격적인 제안을 뿌리치고 NBC방송으로 이적할 정도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소중한 가치다.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공격한다면 박근혜정부의 ‘블랙리스트’와 다를 바가 없다. 글=이명희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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