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정진영] 목사와 공직선거법 기사의 사진
2008년 18대 총선 투표일이 가까웠을 때였다. 서울 목동의 한 교회에서 주일 예배를 드렸다. 광고시간에 담임 목사가 낯선 중년 여인을 일으켜 세우며 소개했다. “이번 총선에 출마한 ××× 후보의 사모님”이라며 은근히 지지를 호소했다. 정작 후보는 오지 않았는데 배우자를 인사시키는 목회자의 표심 독려가 영 찜찜했다.

선거 때면 교회도 특수(特需)를 맞는다. 교회가 부흥된다는 것이 아니라 후보들이 출석 교인처럼 교회를 자주 찾는다는 뜻이다. 과거에는 예배를 마친 뒤 후보가 신도들에게 대놓고 지지를 부탁하는 별도의 기회를 얻기도 했다. 선거법이 지금처럼 엄정하지 않았거니와 ‘시간을 좀 달라’는 이들의 요청을 교회가 거절하기 힘들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이번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도 후보들의 ‘교회 사랑’은 이어졌다. 후보 입장에서는 한꺼번에 다수의 유권자들에게 얼굴을 알리기에 교회만큼 효과적인 곳이 없을 것이다. 유명 목회자와 만나는 모습이 언론에 나오면 개신교인들에게 우호적인 이미지를 준다고 여길 수 있다.

요즘도 교회 측 인사가 후보를 직접 소개하고 인사말을 시키곤 한다. 그러나 공직선거법을 어기는 것이 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예배에 동참한 누구라도 환대한다는 선의가 엉뚱한 피해로 이어진다. 목회자들이 처벌받은 사례가 제법 있다.

공직선거법 85조 2항에 따르면 ‘누구든지 교육적·종교적 또는 직업적인 기관 단체 등의 조직 내에서 직무상 행위를 이용하여 그 구성원에 대해 선거운동을 하지 못하게’ 규정돼 있다. 문제는 적법과 위법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목사가 후보자(또는 선거운동원)의 예배 참석 사실을 단순히 알리거나 합당한 후보가 선출되기를 바란다는 정도의 발언이나 기도를 하는 것은 괜찮다. 그러나 특정 후보의 공약을 설명하거나 후보 이름을 거명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밝히는 것은 선거법 위반 가능성이 아주 높다.

대선까지 두 번의 주일이 남았다. 후보들의 예배 참석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교회가 괜한 곤경에 처하지 않도록 목회자들은 주의해야겠다. 정치적 발언이나 행동은 아예 삼가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다.

글=정진영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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