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이지현] 버리면 채워지는 것들 기사의 사진
“많이 소유하지 않는 삶과 초라하게 사는 것, 궁핍한 마음으로 사는 것은 다르다. 소유하지 않으면서도 잘 살려면 결핍 앞에서도 긍정적인 태도를 가져야 하며, 물질적인 것을 행복의 기준으로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 우리에게 풍요로움을 안겨 줄 재산은 바로 우리 안에 있다. 삶이 풍요롭지 않다면 그 재산을 아직 찾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도미니크 로로의 ‘심플하게 산다’ 중에서).”

프랑스 출신의 작가 도미니크 로로는 ‘심플하게 산다’에서 심플한 삶이란 평범하고 보잘것없는 것에서도 즐거움을 발견하는 삶이라고 말한다. 다시 해석한다면 심플하게 사는 것은 ‘이만하면 충분해’라는 자기 암시 같은 단어가 아닐까. 그러나 충분하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행복의 기준도 달라질 것이다.

지금 우린 어느 시대보다 풍족한 시대에 살고 있다. 소비 중심 사회에 살면서 물건은 넘쳐난다. 필요 이상으로 늘어난 물건 때문에 집은 점점 좁아지고 지출은 증가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행복하지 않다고 말한다. ‘나는 지금 어떤 물건을 소유하고 어떤 공간에 살고 있는가.’ 주변을 한번 돌아보자. 혹시 잡동사니로 가득 차서 발 디딜 곳이 없는데도, 언젠가 쓸 일이 있을지 몰라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거실엔 짐이 하나도 없다. 따스한 햇살이 스며드는 거실엔 커튼만 바람에 살랑인다. 침실엔 침대 하나만 놓여 있고, 싱크대 위엔 물건이 하나도 없고 그릇들은 수납장에 가지런히 정리돼 있다. 나무로 된 거실 바닥은 고양이가 놀다가 미끄러질 정도로 뽀송뽀송하다. 매일 이런 집에 들어간다고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깨끗한 공간은 마음을 위로해 주고 삶의 에너지를 한곳으로 모아준다.

심플하게 산다는 것은 삶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여러 갈래로 나누어진 나의 관심사와 여러 곳으로 분산된 에너지를 한곳으로 모으겠다는 결단이며 의지이다. 이 단순함의 정신을 키우려면 먼저 우리가 거주하는 공간의 재점검이 필요하다. 버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물건을 대하는 자세를 바꾸면 삶에 변화가 올 수 있다. 물건을 버리는 것이 물건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것이 아니다. 소유한다고 소중히 여기는 것도 아니다. 관리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물건을 소유하고 잘 사용하는 것이 물건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다. 모든 것을 버리고 무소유로 살자는 것이 아니다. 현재 자신이 소유한 물건이 필요한지, 불필요한지 명확히 확인하고 정리해보자.

정리수납 전문가들은 먼저 불필요한 것부터 버리라고 말한다. 그다음 없어도 될 것 같은 물건을 버리고 마지막 단계로 정말 소중한 것만 남기라고 제언한다.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면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더 많이 가질 수 있다. 몸이 편하면 정신을 가꾸는 데 집중할 수 있고, 의미가 충만한 삶에 다가갈 수 있다. 깨끗하고 정돈된 환경은 일의 능률을 높인다.

우리의 복잡한 머릿속도 우리의 몸이 머무는 집과 같다. 생각은 뇌에 흔적을 남기며 면역계를 강화하거나 약화시킨다. 부정적이나 불안한 생각, 남을 멸시하거나 의심하는 생각은 우리 마음을 오염시킨다. 이런 감정들은 우리를 정신적 신체적으로 망가뜨려 마음을 피곤하게 만들고 사랑과 행복의 감정이 들어서는 것을 방해한다. 이런 독소를 제거해야 한다.

우리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생각만 남도록 머릿속을 정리하자. 머릿속을 정리한다는 것은 물건을 정리할 때와 마찬가지로 중요한 것이 들어설 자리를 만들기 위해 필요 없는 것은 치워 없앤다는 것이다. 불필요한 물건이 사라지면 생활에 도움이 되는 것처럼, 불필요한 생각을 버리면 새로운 생각이 들어설 자리가 생긴다.

우리에게 주어진 공간에 자신만의 고요한 시간을 허락하자. 그러면 하나님께서 주신 재능이나 적성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또 기도와 묵상을 통해 우리에게 말을 건네시는 주님의 음성에 귀 기울일 수 있다.

이지현 종교기획부 선임기자 jeeh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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