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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사초롱-곽금주] 투표, 그 불편한 심리

이미지와 감정에 의존하는 후보 선택, 미래 위해 냉정하게 권리 행사해야

[청사초롱-곽금주] 투표, 그 불편한 심리 기사의 사진
급작스럽게 치러지는 5월 9일의 장미대선이 코앞이다. 후보자들의 공방도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처음부터 강력히 지지하는 후보자가 없었던 유권자의 경우는 이런 공방을 보면서 혼란스러운 상태이다. 국민으로서 행사하는 한 표는 진정 중요함에도, 또한 그 한 표를 행사해야 할 시간이 다가옴에도 망설임 또한 점차 커지고 있는 것 같다. 선거는 감정에 흘러가기 쉽다. 자신의 정책을 펴기보다 상대의 실수를 비난하는 데 초점이 맞춰지기 십상이다. 그러다 보니 후보들의 토론장에서는 어린아이 같은 감정싸움이 일어나기도 한다. 합리적인 사고보다는 감정이 더 빨리 작용하기 때문이다. 유권자 역시 감정에 치우치게 된다. 후보자의 정책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합리적으로 판단해 결정하기보다 그 후보의 정당이 어떤지, 과거에 그 후보가 했던 일들로 특정 후보자에 대한 이미지를 형성하기 쉽다. 결국 그 이미지에서 느끼는 감정에 의존해서 판단한다.

인간의 사고 과정에는 기분이나 감정이 영향을 미치게 된다. 감정이 추론적 사고를 하는데 핵심적 역할을 하여 인간의 합리적인 행동을 향상시킬 수도 있고 또 저하시킬 수도 있다. 그래서 내가 기분이 좋을 때는 상대에 대한 평가도 후해진다. 반면 내가 기분이 안 좋으면 상대에 대해서도 더 세부적으로 깐깐하게 따져보게 된다. 더욱이 사람들은 자신의 현재 감정과 일치하는 기억을 회상하는 경향이 있다. 현재 긍정적인 기분을 가지게 되면 이 기분과 일치되는 과거 기억들, 즉 좋았던 과거와 연결된 후보자를 지지하게 된다. 그러나 현재가 암울하고 부정적이라면 그런 기억을 피해가거나 방어해줄 수 있는 후보를 찾게 된다. 결국 선거는 감정에 의존하기 쉽다.

인간은 합리적인 판단자가 아니다. 합리적인 인지 활동은 엄청난 인지적 노력을 요하는 과정이다. 매순간 일일이 따져보고 분석하여 합리적인 사고 과정을 거쳐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이전 경험에 비추어 결정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전에 했던 결정이 성공적인 결과를 낳았다면 그 전과 비슷한 결정을 하게 된다. 그래서 이전과 비슷한 상황이라면 복잡하게 따져볼 필요 없고 많이 생각할 필요도 없으므로 아주 편안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그런데 익숙하지 않은 상황이 벌어지게 되면 이전에 했던 식의 결정에 의존할 수 없게 된다. 새로운 환경은 불안을 느끼게 하고 이전과 다른 새로운 대처 방법을 찾게 된다. 이 과정은 복잡하고 힘든 과정이라서 빨리 결정을 내리기도 힘들다. 이전 경험들을 모두 끄집어내 다 따져봐야 하고 어느 선택이 더 효율적인지 비교해봐야 한다. 많은 인지적 소모를 가져오게 된다. 결정을 못 내리고 있는 그 자체가 불편하기에 빨리 피해버리고자 하는 마음이 작용한다. 그러다보면 감정이 사고를 더 강하게 지배할 수 있다. 선거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후보자가 많아지게 되면 여러 가지 생각 때문에 선택이 어렵다. 후보자의 정책에 대한 세심한 비교와 평가 또한 어렵다. 무엇보다 후보자들끼리의 공방으로 인한 감정싸움으로 유권자들은 지치게 된다. 그래서 이런 불편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빠르게 결정을 내리려 한다. 이 후보는 싫어, 이 후보는 좋아라는 감정적인 차원에서 빨리 결정을 내린다. 그러나 극단적으로는 이런 불편함은 판단을 보류하고 선거에 동참하지 않게 만들기도 한다. 원하는 후보가 선출되지 않을 경우 느끼게 될 자신의 분노와 실망을 미리 걱정해서 감정 소요를 미리 차단해 버리는 거다. 그러나 한 표를 지레 포기하는 것이 얼마나 더 힘든 미래를 가져올 것인지 생각해보자. 불편하더라도 남은 며칠간 후보들에 대해 합리적으로 평가하고 고민해서 다음 주 선거일에 반드시 한 표의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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