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정진영] 또 무산된 종교인 과세 기사의 사진
세금은 휘발성 강한 선거 이슈다. 이번 대선에서도 마찬가지다. 후보들은 숱한 공약을 말하지만 실현 방편인 재원, 즉 세금에 대해서는 머뭇거린다. 유권자의 주머니를 건드리는 언급은 삼간다. 후보들은 징세를 말하는 순간 표가 달아난다고 여긴다.

1978년 12월 10대 총선에서 여당인 공화당은 득표율에서 야당인 신민당에 졌다. 전문가들은 77년 7월 도입된 부가가치세가 결정적이었다고 분석했다. 영업세 등 9개로 나뉜 간접세를 통합한 부가세는 모든 국민이 과세 대상이란 점에서 엄청난 조세저항을 낳았다. 캐나다와 일본의 경우도 91년과 98년 각각 연방부가세 신설 및 소비세율 인상 여파로 총선 및 참의원 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했다.

세금 트라우마는 이번 대선에서 또 종교인 과세의 발목을 잡았다. 2015년 우여곡절 끝에 국회를 통과한 소득세법 개정안의 핵심인 종교인 과세는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다. 68년 이낙선 국세청장이 국민 개세주의(皆稅主義) 차원에서 종교인 과세를 주장한 지 50년 만이었다. 그러나 물 건너갔다. 심상정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들은 모두 반대다.

종교인 과세는 정확히 말하면 개신교 목사의 납세다. 신부는 세금을 내고 있고 승려는 고정수입이 없다. 정치권은 ‘5만 교회, 1000만 기독교인’의 프레임에 갇혀 눈치를 본다. 착각이다. 여의도순복음교회와 경동교회 등 보수와 진보 교단을 망라한 대한민국 상당수 주요 교회는 이미 자발적 납세를 하고 있다. 신도를 포함한 국민 다수는 종교인 과세를 절대적으로 반긴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있다. 목회자가 세제의 틀 안에 들어오면 내는 세금보다 근로장려금처럼 정부 혜택이 훨씬 크다는 분석도 있다. 교회에 대한 세무조사 우려 등 걱정할 만한 내용은 보완됐거나 손질하면 된다. 대선 후보들이 아무래도 종교인 과세에 관한 여론의 흐름을 잘못 읽는 것 같다.

글=정진영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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