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명호] 굿 캅, 배드 캅 기사의 사진
‘굿 캅, 배드 캅(good cop, bad cop)’은 한 사람은 협박하고, 다른 사람은 어르는 상황을 설명할 때 쓴다. 착한 역할과 나쁜 역할인데, 어리숙하거나 약점 있는 사람에게서 돈을 뜯거나 사기를 칠 때 주로 활용한다. 영화에선 이같은 상황 설정이 숱하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부정적 뉘앙스가 담겨 있어 그렇지 이런 역할 활용은 협상의 본질이자 기술이다. 협박과 어르기를 적절히 구사해 이익을 취하거나 의도한 바를 이루면 된다. 세상만사 모든 일이 유형무형의 이익을 취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모든 것은 협상으로 통한다고 볼 수도 있다.

요즘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의 언동을 보면 굿 캅 배드 캅 딱 그거다. 영화는 대개 두 사람이 등장해 협박하고 어르는 역할을 나누는데, 트럼프는 북 치고 장구 치고 혼자 다 한다는 게 다르긴 하다. 취임 전에는 북한 김정은에 대해 햄버거 회담을 할 수 있다고 얘기했다, 돌연 미치광이라고 하더니, 이젠 꽤 똑똑한 녀석이라며 정상회담을 영광스럽다고까지 표현했다. 최근 한반도에 온갖 전략자산을 배치하고, 선제타격까지 거론했던 트럼프이다 보니 우리에겐 ‘장사꾼 리스크’란 말이 틀리지 않다.

그의 언동에는 동북아에서 중국을 견제하고, 북핵을 억제하며, 일본은 더욱 껴안으려는 장삿속이 엿보인다. 한국에는 사드 운영비용 전가나 방위비 분담금 인상, 무기판매 확대, 한·미 FTA 재협상, 그 외 여러 현안에 대한 협상 테이블에서 우위를 선점하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 힘센 자가 쓸 수 있는 온갖 수단과 상황을 이용해 협상하려는 것이다.

우리도 국익을 챙기려면 확보된 레버리지를 행사하고 상황에 맞는 굿 캅 배드 캅 외교를 하는 게 마땅할 텐데…. 그러려면 안에서 받쳐주고, 안에 있는 사람들끼리 소신과 배짱이 맞아야 한다. 한데 요즘 대표 정치인들은 그런 ‘애국적 기능’을 할 생각이 별로 없는 거 같다. 당파적 이익만 봐서 그런가, 그런 실력들이 없어서인가. 안타깝다.

글=김명호 수석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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