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신상목] 운전자의 얼굴을 보고 싶다 기사의 사진
여름 같은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햇빛은 강렬하고 사람들은 그늘을 찾는다. 그래서일까. 도로 위 자동차들의 창문은 선팅 일색이다. 오래된 차종 말고는 선팅 없는 자동차 보기가 어려워졌다. 요즘 신차들은 자외선 차단 처리가 된 ‘솔라 글라스’를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고 고급차는 기본 장착된다 한다. 서울 강남에, 그것도 고급 외제차에 선팅 차량이 많아 보이는 이유다. ‘움직이는 사무실’로 인기가 많다는 7, 9인승 승합차치고 선팅 안 된 차량은 드물다.

최근엔 앞면 유리까지 짙은 선팅을 한 차량이 많아졌다. 운전자가 있는지 없는지 알 수가 없다. 차를 빼달라고 전화하고 싶어도 전화번호 표시가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다. 지하 주차장에서는 암흑 그 자체다. 짙은 선팅 차량은 밤이나 비 오는 날에는 바깥이 보이지 않아 주의해야 한다는 경험자 글이 관련 동호회 인터넷 카페에 심심찮게 등장한다.

어린이 교통안전 교육에 빠지지 않는 항목이 있다. 길을 건널 때 ‘자동차 운전자와 눈 마주치기’이다. 그런데 짙은 선팅으로 운전자와 눈 마주치기가 불가능해지고 있다. 5월과 주말, 등하굣길 건널목 교통사고에서 어린이 피해가 배로 늘었다는 보도가 최근 나왔다. 혹시 짙은 선팅 차량 운전자와 눈을 마주치지 못한 아이들이 피해를 본 것은 아닐까.

선팅은 빛의 투과율을 줄이기 위해 자동차 유리 표면에 필름 등을 붙이는 것을 말한다. 원래 명칭은 창문을 뜻하는 ‘윈도(Window)’와 색깔을 넣는다는 의미의 ‘틴트(Tint)’를 합친 ‘윈도 틴트’가 맞다. 미국에서는 ‘글라스 틴트(glass tint)’라고도 부른다. 태양광을 차단하고 차량 내장재를 보호하는 데다 운전자의 시력 보호와 유리 파편 튐 방지 등의 기능까지 갖고 있다. 적외선 차단 기능이 우수한 필름은 실내온도를 떨어뜨려 에어컨 사용량을 줄이면서 연비 개선 효과까지 있다고 한다. 요즘엔 사생활을 보호한다는 이유도 거론된다.

그러나 정작 선팅 관련 인터넷 글을 찾아보면 짙고 값비싼 선팅을 시공했다는 자랑만 넘친다. 선팅으로 어떻게 자신의 사생활이 보호됐으며 얼마나 운전이 편해졌는지 기술한 글은 도통 보이지 않는다. 말이 사생활 보호지 사실은 자신을 감추고 싶은 것은 아닐까. 운전하면서 감출 게 뭐가 그리 많은 건가.

짙은 선팅 탓인지 도로 상황은 안하무인 그 자체다. 선팅 뒤에 숨어 범법 행위를 쉽게 저지르는 것이다. 신호 위반은 예사이고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끼어들었다가 내빼버린다. 보행자와 자전거 등 교통약자를 위협하면서도 어떤 반응도 없다. 주위에 사람이 없는 듯 제멋대로 행동하는, 그야말로 방약무인(傍若無人)이다. 찬송가 288장 3절 가사 일부를 바꿔 부르고 싶을 정도다. ‘세상과 다른 운전자는 간 곳 없고 선팅한 내 차만 보이도다.’

도로교통법(제49조 제1항 제3호) 시행령(제28조)은 가시광선 투과율이 앞면 창유리는 70% 미만, 운전석 좌우 옆면 창유리는 40% 미만으로 규정하고 있다. 퍼센트(%)가 낮을수록 색이 짙다. 도로교통법에서는 10m 거리에서 승차한 사람을 식별할 수 없게 한 차에 대해 운전을 금지하고 있다. 다만 요인 경호용이나 구급용 자동차는 제외한다.

이제 불법 선팅을 걷어내야 한다. 설치 업자나 운전자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야 하겠다. 불법 선팅을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서로를 쳐다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진정한 교통(交通)이 이뤄진다. 교통은 자동차로 사람이 이동한다는 뜻이지만, 서로 오고 간다는 의미도 있다. 다른 운전자의 얼굴을 보며 교통하고 싶다. 한국의 도로에 샬롬(Shalom·온전한 평안)이 임할 수 있을까.

주요 대선 후보들의 차량 역시 선팅한 게 보인다. 다음 주면 대한민국이란 차량을 운전할 운전자의 얼굴이 드러난다. 그가 앞유리 짙은 선팅을 걷어내고 국민들과 눈을 마주치기를 바라본다.

신상목 종교부 차장 sm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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