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남혁상] 박물관으로 보내야 할 것들 기사의 사진
내일 밤, 늦어도 모레 새벽이면 앞으로 5년간 대한민국을 이끌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한다. 차기 대통령은 정권 창출의 환호와 기쁨보다는 이 나라를 다시 정상궤도에 올려놓아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이 더욱 크게 다가올 것이 분명하다.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파면 소용돌이 속에서 방치되다시피 했던 국정을 추스르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대통령 당선인으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운영하면서 새 정부 국정운영의 큰 틀을 구상하던 관례는 이번에는 예외다. 차기 대통령은 당선증을 받는 동시에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국정 부담을 오롯이 짊어지게 된다.

정치 구도와 이념에 따라 극한 대립도 불사하던 각 정당 대선 후보들의 수많은 공약 중에서도 공통분모는 있다. 바로 청와대 개혁이다. 박근혜정부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대통령 집무실을 정부서울청사로 옮기는 방안, 청와대 조직 축소,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실 통합 등이 후보들이 내건 공약이다. 경호 등 현실적인 문제가 있긴 하지만 시대의 큰 흐름을 반영한 약속이다. 물론 청와대 개혁이 소통과 협치, 열린 정치를 완전히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것만은 분명하다.

사실 대통령 집무공간인 청와대 본관과 대통령 비서실장 등 비서진이 근무하는 위민관(비서동)이 500m나 떨어져 있는 것은 코미디다. 부속비서관(부속실장), 의전비서관 등을 제외하면 대통령과 그 참모들은 그 거리만큼이나 소통에 있어서 큰 문제를 드러냈다. 민주주의가 정착된 나라에서 참모들이 승용차, 자전거를 타거나 혹은 뛰어서 대통령에게 현안을 보고하러 가는 사례는 어디에도 없다. 얼굴을 맞대고 논의하는 자리가 수시로 이뤄지지 않은 데는 이런 구조적인 문제도 한몫했다.

국민과의 소통을 최우선적으로 약속했던 대통령들이 정작 청와대에 입성하면 불통 비판을 받았던 것도 이런 거리가 중요한 원인이었다. 필요 이상으로 넓고 비효율적이며, 의전용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던 청와대 구조로선 양방향 소통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 탓이다. 물리적 거리가 결국 심리적으로도 거리감을 만들었다는 얘기다. 어떤 식으로든 청와대 구조(하드웨어) 개혁이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하드웨어와 필수적으로 병행돼야 하는 게 소프트웨어의 혁신이다. 차기 대통령이 취임 직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대통령 비서실장 인선이다. 국무총리 인선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비서실장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대통령을 보좌하면서 국정과제 선정, 정부조직 개편, 내각 인선 작업 등을 진두지휘해야 하는 비서실장은 국정 운영의 바로미터다.

가장 중요한 것은 대통령 비서실장이 대통령을 어려워해선 안 된다는 점이다. 대통령의 의지가 뒷받침돼야 하겠으나 이에 못지않게 대통령을 대하는 비서실장의 자세 역시 중요하다. 매번 노(No)라고 해선 안 되겠지만, 예스맨은 더욱 곤란하다. 박근혜정부 출범 첫해인 2013년 8월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의 취임 일성은 “윗분의 뜻을 받들어”였다. 박근혜정부와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말로가 어땠는지는 이제 우리 국민 모두가 알고 있다.

비효율의 상징이었던 청와대의 하드웨어, 소프트웨어는 이제 구시대의 유물이 됐다. 유물은 5·9 대선 이후 박물관으로 보내야 한다. 유리상자에 넣어 전시할 게 아니라 봉인해야 한다. 투명하고 합리적인 국정 운영,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 되는 모습이 그 자리를 채우길 소망해 본다.

남혁상 정치부 차장 hs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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