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홍덕률] 대선 이후도 축제처럼 아름다워야 기사의 사진
대한민국의 운명을 가를 19대 대통령 선거 투표일입니다. 대통령이 탄핵되어 부재한 초유의 상황에서 치르는 역사적 대선입니다. 국민이 만들어낸 대선인 만큼 국민적 관심과 기대가 클 수밖에 없는 대선입니다. 26%를 넘긴 사전투표율이 이를 보여줍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하면서도 기본적 절차입니다. 투표지는 과거 독재정권에서 학생들이 들었던 돌멩이보다, 심지어 총알보다도 더 큰 힘을 갖습니다. 누구라도 포기하지 않고 주권자로서 당당하게 한 표의 권리를 행사해야 할 것입니다. 현직 대통령에 의한 헌정 유린, 탄핵, 뒤이은 국가 위기 상황까지 경험한 만큼 유권자 모두 역사적 책임의식을 갖고 막중한 권리를 행사하기 바랍니다.

참으로 치열한 선거였습니다. 선거전도 과거 어느 때보다 뜨거웠습니다. 후보 본인이든 운동원이든 혹은 단순 지지자든 상처도 아쉬움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갈등과 분열과 상처를 치유하고 국민통합을 향해 나아가야 합니다. 선거는 경쟁이지 전쟁이 아닙니다. 후보들이 앞장서야 합니다. 당선자와 낙선자가 함께 국가의 미래를 위해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해 손잡아야 합니다. 운동원과 지지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대선은 궁극적으로 안전한 사회와 평화로운 나라, 함께 잘 사는 사회를 향한 계기여야지 증오와 분열을 부추기며 공멸하는 계기여서는 안 됩니다.

이제 몇 시간 뒤면 새 대통령이 탄생합니다. 인수위원회 기간도 없이 곧바로 대통령으로 취임합니다. 북핵, 사드 등 외교와 안보 문제, 가계부채, 청년실업 등 경제 문제, 그리고 흐트러진 교육과 복지, 후퇴한 지방분권 등 중차대한 과제들이 켜켜이 쌓여 있습니다. 유린된 헌정질서도 바로 세워야 합니다. 사회가 급변하고 있는 만큼 모든 분야에서 새 시대에 맞는 옷으로 갈아입는 전방위 혁신도 필요합니다.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국정은 단 하루, 한시의 공백이 있어서도 안 되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새 대통령은 우선 그간의 국정공백과 전쟁위기를 수습하는 데 진력해야 합니다. 엉킨 실타래를 풀어내는 지혜와 리더십을 발휘해야 합니다. 국민통합은 물론 개혁을 위해서도 국민과 소통하며 야당들과의 협치에도 적극 나서야 합니다. 누가 당선되어도 여소야대 환경이니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대통령과 새 정부의 노력만으로 될 일도 아닙니다. 정파와 지지 후보를 떠나 국민적 지혜가 필요합니다. 특별히 중요한 몇 가지만 살펴봅니다.

첫째, 대통령으로 취임하게 될 승자는 패자를 위로하고 껴안을 수 있어야 합니다. 대통령은 낙선 후보의 공약과 정책들 가운데서도 국민과 나라의 내일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면 주저 없이 택해 쓸 수 있어야 합니다. 경쟁 후보들과 경쟁 후보를 도왔던 인재들 가운데서도 나라의 내일을 위해 필요하다면 넓게 등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갈등과 분열을 치유하고 통합을 이끌 가장 큰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는 것입니다. 이념과 지역과 계층과 세대별로 쪼개질 대로 쪼개진 이 나라를 통합해 내야 합니다. 지지자의 대통령이 아니라 전 국민의 대통령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둘째, 패자 역시 승자를 존중하고 축하를 보내야 합니다. 선거 결과에의 승복을 전제하지 않고서는 민주주의는 설 수 없습니다. 투표를 통해 확인된 국민의 뜻보다 위에 있는 사람이나 권력은 없습니다. 패배에도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추한 패배가 아니라 아름다운 패배로 국민들이 기억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자신을 위해서도 그렇고 국민통합과 국정 안정을 바라는 국민을 위해서도 그렇습니다.

셋째, 유권자들도 민주시민으로서의 품위를 지켜야 합니다. 나의 생각을 절대시하는 자세를 버려야 합니다. 어떤 관점과 사상을 절대시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가장 큰 적입니다. 유권자는 유권자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게 된다는 명언이 있습니다. 민주주의의 수준도 유권자인 국민이 결정하기 마련입니다. 대선 이후의 중차대한 국면에서도 유권자의 집단 지혜가 멋지게 발휘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1000만명의 시민이 참여한 촛불시위도 평화적으로 치러낸 국민입니다. 우리의 위대한 시민의식에 세계가 놀랐습니다. 우리는 선거도 축제처럼 치를 수 있는 국민입니다. 선거 과정도 축제여야 하지만, 그 이후도 축제처럼 아름다워야 합니다. 후보들과 각 캠프, 지지자들도 대선 이후의 국정개혁과 국민통합,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해 지혜롭게 나서야 할 것입니다. 오늘 이후부터가 매우 중요합니다. 19대 대선이, 새 대통령과 국민이 함께 희망을 만들어낸 멋진 축제로 기억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홍덕률 대구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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