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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사초롱-이나미] 우리가 리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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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기간 중 참으로 많은 사람이 후보들의 자질에 대해 걱정했다. 후보들에 대한 소식을 전하는 언론은 지적하고 야단치기 바빴고, 마음에 들지 않는 후보에 대해서는 조롱, 경멸, 분노의 감정을 여과 없이 표현하는 이도 적지 않았다. 보통사람보다 몇 십 배 맷집 좋고 기억력도 탁월해 보이는 후보들인데도 버릇이 없다느니, 거짓말쟁이라느니, 배신자니, 하는 험한 말을 듣기도 했다. 물론 대통령을 잘못 뽑았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절감했기 때문에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 때문에 나온 막말일 수도 있다. 관심이 많으면 애정이 깊어지고, 그만큼 반감과 증오심도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거 결과가 나온 다음에는 서운한 점이 있어도 모두 함께 간다는 마음으로 결과에 승복하고 서로를 축복해주었으면 좋겠다. 패배한 쪽의 상한 감정도 따뜻하게 위로해주고 비록 패배했지만 승자에게도 아낌없는 성원을 보내는 멋진 모습을 보여주면 얼마나 좋겠는가.

현실에서는 “어디 얼마나 잘하는지 두고 보자. 반드시 망할 것이다. 탄핵이든 쿠데타든 재판이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너희들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게 할 것이다” 같은 저주의 마음을 품는 이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국가에는 물론 본인의 정신건강에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기왕에 누군가 수장으로 뽑혔다면 국가 전체가 잘되는 쪽으로 협조해야 대한민국이라는 배가 침몰하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바뀌어봤자 뭐가 변하겠어. 또 똑같겠지” 하는 염세적 냉소주의는 남만 비하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비하의 연장선이니 비슷하게 해로울 뿐이다.

반대로 “이제 내가 원하는 후보가 당선되었으니 세상이 완전히 확 뒤집어질 것이다. 이제부터는 다 우리 세상”이라는 식의 고양된 아전인수적 낙관론도 위험하다. 전리품을 수집하라고 국민이 정권을 준 것은 아니니 승전가만 울리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선거라는 일종의 축제를 함께 치르면서 감정적으로 지나치게 정치에 몰입한 탓에 생긴 부작용들이니 더욱 건강한 사회를 위해서는 조금 더 자제하고 이성적으로 다듬어야 할 산적한 과제가 많은 것이다.

정치가 생산적인 쪽이 아니라 파괴적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은 정치 탓도 크지만 유권자 개개인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품격 있는 유권자들이 품격 있는 정치인을 뽑는 것 아닐까. 개인은 좋은데 정당정치에 휘말리거나 권력을 잡으면 이상하게 변해버린다면 우리나라의 정치 시스템이 어떻게 잘못되었는지도 따져보고 차근차근 개선해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긍정적인 토론과 합의를 도출하는 협상을 할 수 있는 자세를 만들어주지 않은 부실한 교육에 대해 반성하게 된다. 학교, 가정, 사회에서 그동안 ‘평가’라는 이름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 누군가에 대해 폄하와 경멸만 쏟았던 것은 아닌지. 비판이라고 그럴 듯하게 포장하지만 실은 대책도 대안도 없는 비난과 잘난 척과 저주는 아니었는지 들여다볼 일이다.

이름만 토론이었지 감정만 오고가는 저열한 쌈박질로 변했다면 후보들뿐 아니라 그런 정치판에 일조한 우리 유권자 모두는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댓글과 언론에 등장했던 저급한 언어의 무차별 범람을 보면서 과연 우리 사회가 얼마나 더 타락할 것인지 걱정되지 않으면 이상한 일이다.

흔히 대통령과 정치인들을 리더라고 칭한다. 그러나 민주사회라면 유권자가 진짜 리더다. 막말과 분열의 정치인을 밀어주면 그런 정치만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고, 품격 있게 대안을 제시하는 정치인을 지지한다면 한국 정치판도 성숙해질 것이다. 대통령은 슈퍼맨이 아니라 유권자의 심부름꾼이라는 상투어가 더 간절한 날들이었다.

이나미 심리분석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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