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통령에게 바란다] “국정 공백 정상화·두 동강 난 민심 수습 우선 과제”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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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대 대통령 당선 즉시 5년 임기를 시작하는 새로운 대통령은 수많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정계 원로와 전문가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으로 공백 상태였던 국정을 정상화하고, 두 동강 난 민심을 수습해 국민통합을 이뤄야 한다고 제언했다. 여소야대 국면에서의 협치 및 통합정부 구성과 경제·안보 위기 해소도 핵심 과제로 꼽았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9일 “국민 다수가 자기에게 표를 찍지 않은 ‘소수파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국민이 분열돼 있고 국회도 여소야대”라며 “협치하지 않고 자기주장만 관철하려 하면 다수 국민이 등 돌리는 상황이 온다”고 말했다. 5선 의원을 지낸 김 전 의장은 2007년 이명박 전 대통령 당선 후 출범한 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았던 경험이 있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연정 대상을 정하지 않으면 내각을 구성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연정 상대를 누구로 할 것인지부터 잘 생각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16대 국회 후반기 의장을 지낸 그는 “국정을 안정시키려면 다른 정치세력과 손을 잡아야 하고, 손을 잡는다는 건 권력을 분배한다는 의미”라며 “국민에게 이를 잘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는 것이 핵심 과제”라고 거듭 강조했다.

김원기 전 국회의장은 “급하더라도 떠밀려가지 말라”고 조언했다. 김 전 원장은 “더디더라도 자기 원칙을 갖고 반대세력을 설득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너무 여유 없이 서두르다 보면 정책이든 인사든 더 꼬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집권 여당이 과반 의석을 점하던 시절에도 대통령 당선 후 첫 내각 구성에 차질이 있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여소야대인 이번에는 더더욱 저질러놓고 설득할 게 아니라 인선 전 소통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치 원로들은 시급한 국가 현안으로 안보 위기 해소를 제시했다. 보수 진보 할 것 없이 대선 과정에서 주요 정당의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해결책을 제시했던 분야다. 김형오 전 의장은 “대통령이 가장 먼저 전방을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가안보 수호에 대한 대통령 결의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김 전 의장은 사드(THAAD) 배치를 둘러싼 중국의 경제 보복,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등을 하나하나 열거한 뒤 “국민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신념을 행동으로 보여주기 바란다”고 했다.

양승함 연세대 명예교수는 경제 활성화와 북핵 문제 해결, 법치주의 확립을 중점 과제로 제시했다. 양 교수는 “경제와 안보 위기를 우선 극복한 다음 사회 분야별로 법치주의를 확립하는 개혁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개헌 의견도 제시됐다. 현행 제왕적 대통령제를 고쳐야 한다는 데는 이미 정치권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다만 대통령이 국정 주도권을 쥔 임기 첫해에 개헌 논의를 시작할 경우 다른 개혁 과제들이 블랙홀처럼 빨려 들어갈 것이란 우려가 있다. 이정희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통령이 어떻게 행동하든 현행 대통령제하에선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며 “이를 해결하는 건 제도적 개선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새정부 협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개헌 논의가 시작되면 이번에는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정 공백이 길었던 만큼 ‘일하는 정부’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컸다. 김형오 전 의장은 “국회 탄핵소추안 의결 이후 5개월간 대통령이 없는 공백 상태였다”며 “공무원들이 바로 일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계 원로들은 아울러 대선을 치르며 갈라진 민심을 한데 모아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주문했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국정 방향을 국민 대통합으로 잡고 매진해야 한다”며 “인사 탕평책은 필수”라고 했다. 김수한 전 국회의장도 “각자도생으로 계속 반목하고 대립하면 나라가 힘들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그동안 분열과 배제의 정치가 득세했다면 이제는 대통령이 보수·진보 편 가르지 말고 사회 구성원을 포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원기 전 의장은 “촛불집회처럼 국민의 뜻이 앞서고 정치가 이를 따르는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며 “주권자로서 각성한 시민들의 뜻을 헤아리며 정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집단끼리 주거니 받거니 하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던 시기는 지났다”고 단언했다.

글=권지혜 허경구 기자 jhk@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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