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명희] 유쾌한 정숙씨 기사의 사진
역대 미국 퍼스트레이디 47명 중 가장 존경받는 인물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부인 엘리노어다. 루스벨트를 대선에 출마시키고 12년간 4번 대통령을 하게 한 최고의 조력자이자 비판자였다. 사회활동과 인권운동을 활발히 했고 1945∼1951년 유엔 인권대사를 지내며 세계인권선언 작성을 주도했다. 루스벨트의 경제브레인 렉스포드 터크웰은 “그의 결단으로 정부 정책들이 얼마나 많이, 폭넓게 방향 전환을 했는지 거론할 수 없을 정도”라고 했다. 엘리노어가 루스벨트와 비서 루시 머서의 불륜을 참지 못해 이혼했다면 미국 역사가 바뀌었을 거란 얘기가 나올 정도다.

역대 최악의 퍼스트레이디는 에이브러햄 링컨의 아내 메리 토드가 꼽힌다. 링컨이 메리의 임신으로 어쩔 수 없이 결혼식장에 가면서 “나는 지옥으로 가고 있다”고 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헬캣’(hellcat·악독한 여자)이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까칠했던 그는 남북전쟁 중에도 한 달 동안 84켤레의 장갑을 구매하고 빚을 내가며 쇼핑을 즐겼다.

퍼스트레이디 자리를 걷어찬 경우도 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두 번째 부인 세실리아는 2007년 10월 다섯 달 만에 엘리제궁을 박차고 나왔다. 자기 결혼식 주례를 섰던 사르코지와 사랑에 빠져 1996년 재혼한 자유분방한 그는 G8 정상회의 참석이나 부시 대통령 부부와의 만찬을 피해 쇼핑하다 들통나기도 했다.

퍼스트레이디는 숨은 권력,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라고들 한다. 역사를 보면 베갯머리송사나 비리로 정사를 그르치고 나라까지 망하게 한 사례가 적지 않다. 우리나라에도 4년 만에 퍼스트레이디가 다시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는 엊그제 취임식에 영부인 최초로 한복이 아닌 화려한 프린트 문양이 새겨진 흰색 정장을 입고 나타났다. 대학시절 만나 7년간 열애 끝에 결혼할 때도 “재인이 너, 나랑 결혼할 거야, 말 거야”라며 먼저 프러포즈했다고 한다. 이번 대선에선 일주일에 한 번씩 호남에 내려가 대중목욕탕과 시장을 돌며 바닥 민심을 훑어 ‘호남특보’란 별명도 얻었다. ‘남대문시장에서 장 보는 퍼스트레이디’를 예고한 ‘유쾌한 정숙씨’의 행보가 자못 기대된다. 글=이명희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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