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건강] 젊은데 설마? 자궁경부암, 20대도 방심 금물!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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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5월 셋째주)는 대한산부인과학회가 정한 자궁경부암 예방주간이다. 자궁경부암 신규 발생은 국가암등록 통계가 시작된 1999년 이후 최근(2014년)까지 매년 3.7%씩 줄어 왔다.

대신 암 발병 연령은 젊어지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20, 30대 여성들의 자궁경부암 진료가 늘고 있는 추세다. 자궁경부암은 30세 이후 발병률(40·50·30·60대 순)이 증가하는데, 30세 미만도 매년 2000명 넘게 진료 받고 있다.

15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20대 자궁경부암 진료 환자는 2606명이었고, 20세 미만도 24명이나 됐다. 30대는 1만1966명이었다. 지난해 전체 암 진료 인원(여성) 중 20, 30대의 자궁경부암 점유율은 각각 13.0%, 15.5%로 다른 연령대(10% 이하)보다 상대적으로 높았다.

젊은층의 자궁경부암 증가는 첫 성경험 연령이 빨라지고 성 개방 풍조의 확산으로 성 파트너 수가 늘면서 자궁경부암의 99% 원인인 ‘휴먼파필로마바이러스(HPV)’에의 노출 횟수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HPV는 성 접촉에 의해 전파된다.

A씨(27)는 지난해 5월 소변에 핏기가 비쳐 검사결과 자궁경부암 1기 진단을 받았다. 자궁 입구(경부)에 3.7㎝의 암덩이가 발견됐다. 다행히 다른 장기로 번지지는 않았지만 암이 커서 항암 치료를 통해 절반으로 줄인 뒤, 암이 있는 자궁 경부 일부를 잘라내는 수술을 받았다. 10대부터 성경험이 있었던 A씨는 ‘HPV 16형’에 감염돼 있었던 걸로 확인됐다. 자궁경부암의 70%는 HPV 16, 18형의 지속 감염으로 발생한다.

이화여대 목동병원 산부인과 주웅 교수는 “A씨의 경우 그마나 초기여서 자궁 경부와 주변 조직 일부만 잘라내고 자궁은 살렸기 때문에 앞으로 임신이나 출산이 가능하다”면서 “하지만 발견이 늦어져 자궁을 완전히 들어내게 되면 임신이 불가능한 만큼 가임기 젊은층은 조기발견이 아주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20, 30대 자궁경부암 검진율 낮아

문제는 20, 30대의 경우 “젊은데 설마 암에 걸리겠어?” 하는 안이한 인식 탓에 국가암검진이 무료임에도 검진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이다. 미혼 여성의 경우 기혼 여성에 비해 산부인과 진료를 꺼리는 경향이 강해 개인검진을 통한 조기 발견율도 낮은 편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최근 3년간 국가암검진 수검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자궁경부암 검진율은 53%로 절반을 겨우 넘었다. 20대는 26.9%에 그쳤고, 30대는 평균 수준인 53.1%에 머물렀다. 20대는 지난해 1월부터 국가암검진 대상에 포함됐다.

국립암센터가 암 진단을 받은 적 없는 성인(여성 20∼74세, 남성 40∼74) 4000명 대상으로 국가암검진과 개인검진을 포함한 수검 현황을 조사한 결과도 비슷했다. 지난해 20, 30대의 자궁경부암 평생 1회 이상 수검률은 각각 44%, 62%로 40대 이상(71∼81%)에 비해 낮았다. 자궁경부암 검진 권고안(3년에 한번씩 시행) 이행률 역시 20대 29.7%, 30대 47%로 다른 연령층(62∼69%)보다 낮았다.

국립암센터 서상수 자궁암센터장은 “지난해부터 국가 자궁경부암 검진 시작 연령을 30세 이상에서 20세 이상으로 확대했지만 20대도 무료 검진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아직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젊은 여성에게는 자궁경부 바깥쪽(편평세포암)보다 더 안쪽에 발생하는 ‘선암’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많아 발견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

“젊은데 설마” 했다가 후회

자궁경부암은 일찍 발견해 치료하면 5년 상대 생존율이 80%에 달한다(2010∼2014년 79.7%). 여성 전체 암 중 갑상샘암(100.1%) 유방암(92.0%)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하지만 늦게 발견하면 다름 암처럼 5년 생존율이 확 줄어든다. 암이 처음 발생 부위를 벗어나지 않았을 땐 5년 생존율이 92.5%였지만 멀리 떨어진 장기에까지 퍼진 경우엔 23.6%로 뚝 떨어졌다.

2015년 자궁경부암 4기 판정을 받은 B씨(29)는 병원을 찾았을 때 이미 암이 왼쪽 목 부위까지 퍼져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다. B씨는 1년 넘게 생식기 출혈이 계속되는 등 암 의심 증상이 있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다. “젊은 나이에 암일 리 없고 생리불순일 거야.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산부인과 진찰대에 올라가기 싫은데 병원에 가야 하나.”

검사결과 암은 온몸으로 번져 수술이 불가능했고 6개월간 항암치료를 받았지만 지난해 결국 세상을 떠났다.

B씨 역시 10년 전 일찍부터 성경험을 했고 자궁경부암 고위험군인 HPV 16, 18형에 지속적으로 감염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B씨 주치의였던 국립암센터 장하균 전문의는 “일찍 병원을 찾았으면 생명을 건질 수 있었는데 참 안타까웠다”고 했다.

세포검사와 HPV검사 병행 조기발견 ‘효과’

산부인과학회와 부인종양학회 등은 만 20세 이상 무증상 여성들에게 3년마다 한 번씩 자궁경부 세포검사와 함께 개인별 위험도에 따라 선별적으로 HPV검사를 병행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세포검사는 자궁 입구 표면에서 세포를 채취해 변형 유무를 살펴보는 것이고 HPV검사는 그 세포에서 암의 원인이 되는 HPV의 존재 및 DNA 유형을 파악한다.

국가 자궁경부암 검진은 세포검사로 2년에 한 번씩 무료로 시행하고 있다. 세포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돼 추가로 HPV검사를 받을 경우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본인 부담금은 5만∼8만원 선이다. 개별로 HPV검사를 받으려면 보험이 안돼 6만∼15만원을 내야 한다.

고려대 구로병원 산부인과 홍진화 교수는 “자궁경부암은 HPV에 감염돼 암 전 단계(이형성증, 상피내종양 등)로 가는데 5∼10년, 다시 암으로 진행하는데 10년 정도 걸린다”면서 “즉 처음 암의 씨앗이 뿌려지고 암이 되기까지 5∼20년이 걸려 그만큼 조기 발견 기회가 많다”고 설명했다. 암 전 단계에서 발견하면 간단한 치료로 완치 가능하다.

서상수 센터장은 “하지만 세포검사의 경우 병변이 있는데도 정상 판정되는 ‘위음성률’이 50%에 달하는 게 맹점이다. 세포 검체 채취와 검사, 판독 과정에 오류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제약기업 로슈진단이 시행한 21세 여성 4만7000명 대상 연구에 따르면 자궁경부 세포검사에서 정상 판명된 10명 중 1명은 암으로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16, 18형 HPV에 감염된 여성은 세포검사에서 정상이 나왔더라도 HPV가 없는 여성에 비해 자궁경부암의 전암 단계로 발전될 확률이 35배 높았다.

따라서 보다 정확하고 효과적인 자궁경부암 검진을 위해선 HPV검사를 함께 받아야 한다. 우리나라 18∼29세 여성의 HPV 감염률은 50%로 보고됐다. 18∼79세 여성의 유병률(34%)보다 훨씬 높다.

100여종의 HPV 중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고위험군은 16, 18형을 비롯해 약 14종이다. 국내에는 14종 모두를 찾아낼 수 있는 HPV검사법이 보급돼 있다. 홍진화 교수는 “대부분 HPV는 감염돼도 2년 안에 자연스럽게 사라지만 5∼10%에서 지속 감염으로 가는 경우가 있다. 특히 16, 18형은 자연 소실이 잘 안 되고 만성 감염이 이뤄지므로 전암 단계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정기적인 추적검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톨릭의대 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 이근호 교수는 “다만 30세 미만에서는 HPV 감염률이 높은 데다 자연 소실률 또한 높아 비용 효과 면에서 HPV검사를 굳이 받을 필요가 없고 세포검사로도 충분하다”면서 “30세 이후에는 세포검사와 HPV검사를 함께 받으면 암 조기 발견율을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자궁경부암, 결국 사라질 것”

아울러 9∼26세 여성의 경우 자궁경부암 예방백신 접종을 반드시 하는 게 좋다. 현재 국내에는 HPV 고위험군인 16, 18형을 예방하는 2가 백신, 여기에 6, 11형을 추가한 4가백신이 나와 있고 최근엔 추가로 5가지 고위험 HPV를 차단하는 9가 백신도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받고 의료기관에서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2, 4가 백신은 지난해 6월부터 만12, 13세 소녀들에게 국가에서 무료로 접종을 해주고 있다.

서상수 센터장은 “현재의 백신 접종으로 자궁경부암의 70∼90%를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백신을 맞았더라도 나머지 10∼30%를 예방하려면 정기적으로 자궁경부암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주웅 교수는 “자궁경부암 백신의 효과는 국가예방접종 시행 15∼20년 후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예방접종과 정기검진을 통해 자궁경부암이 종국에는 ‘없어지는 암’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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