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교회 24시] 필요할 때 찾는 사람으로 주민에게 다가가 부처 닮은 섬을 ‘예수마을’로 만드는 게 꿈

전남 해남 어불도소망교회

[농어촌교회 24시] 필요할 때 찾는 사람으로 주민에게 다가가 부처 닮은 섬을 ‘예수마을’로 만드는 게 꿈 기사의 사진
장홍성 어불도소망교회 목사(뒷줄 오른쪽 두 번째)가 14일 전남 해남군 어불도 소재 이 교회에서 예배를 드린 뒤 성도들과 함께 웃고 있다. 장홍성 목사 제공
우리나라의 ‘남쪽 끝’은 전남 해남군 땅끝전망대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거기서도 차로 20여분을 달려야 만나는 곳이 어란진항, 거기서 뱃길로 다시 10분을 가야 도달하는 작은 섬엔 어불도소망교회가 있습니다. 거기에 장홍성(63) 목사의 소박한 꿈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섬 형상이 부처가 앉아있는 모습과 닮았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어불도(於佛島)를 예수마을로 만드는 것입니다.

서울 토박이인 장 목사가 어불도에 둥지를 튼 건 2000년. ‘다시는 목회를 하지 않겠다’고 결심한 뒤 마음을 달래려 이 섬을 찾았다가 한 성도를 만나면서였습니다.

“두 번째 목회지였던 순천의 한 교회에서 성도들 간 분쟁으로 교회가 두 동강이 나고 말았지요. 크게 충격을 받고 사역을 내려놓은 뒤 친구와 함께 어불도로 여행왔다가 한 권사님을 만나게 됐습니다. 그분의 한 마디가 제 마음을 움직였어요. ‘목사님이라고 하셨지요. 저희는 목자 없는 양들이에요. 어불도 성도들을 위해 설교 한 번 해주세요’ 하더군요.”

어불도소망교회는 당시 후임 목회자가 없어 7개월째 성도 두 사람만 예배당에서 기도하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눈물겨운 호소에 장 목사는 후임자가 올 때까지만 강단을 맡기로 했습니다. 순천 집을 떠나 토요일에 어불도에 와서 주일예배 설교를 하고 월요일 새벽기도회를 인도한 뒤 다시 순천으로 돌아가는 주말사역이 이어졌습니다.

한 달 뒤 월요일 새벽기도회를 마치고 선착장으로 나서는 장 목사를 두 성도가 붙들었습니다. “목사님, 어불도로 와 주세요. 저희들의 목자가 돼 주세요.” 결국 장 목사는 어불도에서 세 번째 목회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재출발한 목회는 결코 녹록지 않았습니다. 장 목사는 “처음엔 마을 주민들에게 인사하면 침을 뱉으며 고개를 홱 돌리곤 했다”며 “목사 만나서 재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고 회상했습니다. 외지인에 대한 경계심이 강한데다 우상숭배가 팽배했던 어불도 주민들에게 장 목사는 ‘필요할 때 찾는 사람’으로 다가가기 시작했습니다.

“군대에서 주특기가 자동차 정비였어요. 그래서 농기계나 보일러가 고장 난 집, 퓨즈·형광등이 나간 집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죠. 얼마 지나지 않아 주민들이 저를 어불도 정비반장으로 인정해주기 시작하더군요. 전엔 눈도 안 마주치던 어르신들이 집으로 초대하며 밥까지 챙겨주시는데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

오늘도 장 목사는 새벽기도회를 마친 뒤 마을을 돌며 자신을 필요로 하는 주민들을 찾아 나섭니다. 20분이면 한 바퀴를 다 돌 수 있는 작은 마을이지만 ‘수백수천 바퀴를 돌아서 주민들의 닫혀 있는 복음의 문이 열릴 수 있다면 그것이 곧 소명’이라고 생각하는 장 목사에겐 행복한 산책입니다.

“최근엔 부모세대의 김·전복 양식사업을 이어 받기 위해 어불도로 들어오는 젊은 가정이 부쩍 늘었어요. 올 봄부터는 섬 아이들을 위한 지역아동센터 건립도 준비하려고 합니다. 굿 소리가 아닌 찬양이 가득한 예수마을도 꿈이 아니겠지요.”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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