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먹거리 찾는 종합상사들, 변신 또 변신 기사의 사진
1970∼90년대 해외 수출입 거래처 확보에 앞장서며 ‘수출 역군’으로 불렸던 대기업 종합상사들이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변신하고 있다. 수출입 대행업무라는 전통적 기능이 약화되면서 해외 자원개발과 인프라 구축, 렌털 사업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해외 정보력과 현지 사업자들과의 신뢰관계 등 종합상사가 보유한 기존 경험이 새로운 사업 아이템과 접목되면서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거듭나는 중이다.

90년대 후반까지 우리나라 전체 수출 중 절반 이상을 대행해온 종합상사의 위상은 1998년 IMF 외환위기 사태를 전환점으로 급격히 추락했다. 기존 고객들은 자체적 해외영업망을 구축했고 인터넷 보급이 확대되면서 종합상사의 정보수집력에 대한 의존도가 떨어졌다. 실제 2004년 이후 종합상사가 대행하는 수출 비중은 줄곧 한 자릿수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LG상사는 ‘종합상사 무용론’까지 대두되던 분위기 속에서 가장 빠르게 변화한 사례로 꼽힌다. 주로 철강재나 시멘트, 석유화학 등 중공업 분야 수출입 거래를 하던 LG상사는 2000년대부터 단순 수출입대행 업무를 탈피해 해외 자원개발에 본격 투자하기 시작했다. 현재 아시아, 오세아니아, 미주 지역 등에서 30여개의 자원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과거 호주와 러시아 석탄광산 개발에 참여했던 경험을 살린 것이다. 인도네시아 감(GAM) 광산이 올해부터 본격 상업생산에 돌입하는 등 성과도 나오는 중이다. 감 광산은 한 해 최대 1400만t의 석탄을 생산할 수 있는 대형 광산이다.

LG상사는 인프라 사업에도 진출하고 있다. 2015년 투자한 미얀마 시멘트 공장은 올해부터 본격 상업생산에 돌입하고 중국 오만 인도네시아 등에서 발전소 건설도 추진 중이다. 특히 최근에는 곡물을 비롯한 식량자원 산업과 2차전지 원료가 되는 녹색광물 사업에서도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다. 반면 철강 트레이딩 사업과 항공사업 등 비주력 사업은 정리해 나가고 있다.

SK네트웍스는 렌털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SK매직(옛 동양매직)을 인수하면서 정수기와 공기청정기 등 렌털 사업 범위를 넓혔다. SK네트웍스는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중국과 중동 등 영업망을 활용해 렌털 사업을 세계시장으로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16일 “중국에서는 대기오염으로 인한 공기청정기 시장이 확대되고 있고 중동에서는 깨끗한 식수에 대한 수요가 커지는 중”이라며 “SK네트웍스의 기존 영업망을 활용한 세계시장 진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렌터카 시장에서의 성장세도 무섭다. 최근 SK네트웍스의 브랜드 SK렌터카는 2009년 인가차량 대수가 4806대에 불과해 업계 5위로 시작했지만 지난 3월 말 기준 7만6359대로 늘어 롯데렌터카에 이은 업계 2위로 올라섰다. SK네트웍스가 보유하고 있는 SK주유소망, 차량정비업체인 스피드메이트 등과 연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경쟁력을 확보했다. SK네트웍스 측은 “4차산업의 공유경제 개념이 확산되고 있어 시장전망도 밝다”고 설명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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