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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노석철] 중국 ‘일대일로’의 명암

160조원 투자하겠다며 참가국 유혹… 공격적 진출에 중국식 세계화 우려도

[내일을 열며-노석철] 중국 ‘일대일로’의 명암 기사의 사진
‘끓는 솥’ 같은 더위, 세계에서 가장 짠 아살호수와 소금평원, 군사적 요충지, 식수난과 가난, 과거 프랑스 식민지…. 우리에겐 다소 생소한 ‘지부티’를 간추려본 내용이다. 아프리카 북동부 ‘아프리카의 뿔’에 위치한 지부티는 남한 면적의 4분의 1에 인구는 90만명 정도에 불과한 작은 나라다. 국토의 대부분이 사막이나 염분이 많은 불모지다. 광물자원도 없어 대외원조에 의존하던 나라였다. 홍해의 관문이란 위치 때문에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 각국의 해외 군사기지를 유치한 이점은 있다.

그런 지부티가 최근 중국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중국의 신(新)실크로드 전략인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의 핵심 성과로 꼽히면서다. 중국은 2015년 지부티의 항구 사용권을 따내 해외 첫 군사기지를 포함한 다목적 항구로 개발하고 있다. 또 철도와 신국제공항, 아프리카 최대 국제자유무역지구 등 수많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조그만 나라에 수조원을 쏟아부으니 그야말로 리모델링 수준이다. 이는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지부티는 지리적으로 홍해와 아덴만이 만나는 해협을 끼고 있다. 중동에서 인도양을 거쳐 중국으로 수송되는 원유를 보호할 최적의 거점이다. 지부티 정부도 ‘중동의 싱가포르’를 꿈꾸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지부티는 일대일로 구상을 잘 보여주는 모델이다. 파키스탄 투자도 비슷하다. 중국 신장위구르 카스에서 파키스탄을 관통해 남서부 과다르항까지 고속도로와 철로, 송유관을 건설하는 3000㎞의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을 추진 중이다. 이는 말라카 해협과 남중국해 등 미국의 해상 봉쇄 시 인도양으로 직접 연결되는 핵심 루트다. 중국은 그리스로부터 유럽의 관문인 피레우스 항구를 사들이기도 했다. 투자는 대부분 재정이 어려운 나라들과 ‘윈-윈’ 형태를 띠고 있다. 이밖에 자카르타∼반둥 고속철도, 중국∼라오스 철도, 헝가리∼세르비아 철도 등도 중국이 성과로 꼽는 프로젝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3년 특허를 낸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총규모를 계산하기 어려울 정도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중국은 관련 직접투자가 2∼3년간 500억 달러(약 56조원)에 이른다고 했다. 또 향후 5년간 최대 1500억 달러(약 168조7500억원)를 참가국에 투자하겠다고 유혹했다.

그러나 중국의 무분별한 투자와 속도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일대일로 참가국엔 재정이 어려운 나라가 적지 않아 투자금 회수가 제대로 안 되거나 공중에 떠버리면 중국 스스로 감당하기 힘들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나온다. 중국과 영토분쟁 중인 인도는 당장 ‘주권과 영토 보전에 관한 핵심 관심사를 무시하는 프로젝트’라며 노골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중국의 이웃 나라인 우리도 ‘중국식 세계화’를 마냥 반길 수는 없는 처지다. 롯데에 대한 ‘사드 보복’을 경험한 우리로선 일대일로가 중국의 표현대로 ‘국제협력 강화, 공영발전 실현’이 아니라 ‘패권주의 확장’을 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 국가들이 일대일로 포럼에 냉담한 것도 같은 이유가 아닐까. 사실 동남아, 중동, 유럽까지 아우르는 진정한 의미의 일대일로를 원한다면 각국의 두터운 신뢰 없이는 성공하기 쉽지 않다. 단지 미국의 태평양 봉쇄 전략에 맞서 탈출구를 마련하고, 또 다른 패권국가를 노리는 것이라면 모르겠다. 각국이 일대일로를 경계하는 이면에는 중국의 잦은 경제 보복과 자국이익 우선주의 등 부정적 이미지가 깔려 있다. 요즘 문재인정부 들어서 중국과 한국 사이에 화해 무드가 조성된다는데, 이 또한 얼마나 지속될지 걱정된다.

노석철 국제부 선임기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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