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人터뷰] 최재성 前의원 “文 대통령은 시스템론자, 비선실세 절대 없을 것” 기사의 사진
문재인 대통령 당선의 1등 공신으로 꼽히는 최재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새 정부의 공직에 나가지 않겠다고 전격 선언했다. 최 전 의원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본사 회의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그 이유와 앞으로의 계획 등을 밝히고 있다. 이병주 기자

이전이미지다음이미지

문재인 대통령의 '호위무사' '신복심(新腹心)' 등으로 불리는 최재성(52)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6일 "인재가 넘치니 원래 있던 한 명쯤은 빈손으로 있는 것도 괜찮다"며 새 정부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그는 첫 청와대 비서실장, 정무수석 등에 기용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2선 후퇴의 진의와 배경을 듣기 위해 급히 '수배'했다. 17일 여의도 국민일보 회의실에서 진행된 90분간의 인터뷰에서 최 전 의원은 "청와대와 내각에 참여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역할을 권유했고, 이를 정중하게 사양했다고 밝혔지만 그 '자리'에 대해서는 "대통령과 단 둘이 한 얘기여서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대선 때 누구보다도 역할이 컸다고 들었는데 왜 2선 후퇴를 한 겁니까?

“결정을 한 지는 꽤 오래됐습니다. 국정 운영에 참여해 정부의 성공을 돕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지만 진화하고 있는 국민의 열망을 받들기 위한 새로운 모색과 새로운 구상을 누군가는 해야 된다고 봅니다. 정권교체 후에 무엇을 할 것이냐를 기획하고 고민하는 모습이 아직은 안 보이는 것 같습니다. 전 이런 일들이 더 중요하다고 보는 거죠.”

-그 일이 구체적으로 뭔가요?

“5·9대선은 몇 가지 특징이 있는데 무엇보다 국민이 만든 것이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국정농단이 발화점이 됐고 촛불이 있었지요. 정치권이 탄핵을 하느니 마느니 하며 흔들렸지만 국민은 일관되게 끌어내리고 새 판을 짜야 된다고 했어요. 정치 일정도 정치권이 만든 게 아니고 국민이 형성한 겁니다. 이 조짐은 지난해 총선 때부터 나타났습니다. 위임민주주의와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절감한 국민이 직접 참여해 끌고 온 과정입니다. 거대한 물결입니다. 앞으로도 정치가 과거의 논법이나 해석법으로 국민을 만나려 한다면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거라고 봅니다. 국가 시스템과 사회 시스템, 정당 등을 어떻게 재구조화할지 고민해야 합니다.”

-그 고민을 찾기 위해 청와대나 내각에 안 들어간다는 거군요.

“좀 더 여유 있고 탄력성 있고 객관적으로 하기 위해선 안 들어가는 것이 낫다는 거죠.”

-양정철 전 청와대 비서관도 같은 날 공직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했어요. 공감대가 있었습니까?

“사실 양 전 비서관에게 좀 미안합니다. (대통령과의) 흔적으로나, 관계로나 그 양반 혼자 그런 좋은 생각을 밝혀 조명을 받아야 되는데 제가 (페이스북에) 글을 써 가지고…. 양 전 비서관이 그날 떠난다고 할 줄 몰랐습니다.”

-대통령께 불참 결정 언제 말씀드렸나요?

“저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그 전부터 잘 알고 계셨습니다. 직접적으로 대선 직전과 10일에 무슨 말씀을 하셔서 ‘선거에서 이기는 것 외에는 제 거취를 생각해본 적 없습니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정치인은 부득이한 경우를 빼고는 대통령 권력이나 그늘 아래서 자기 역량이나 경력을 쌓는 방법보다는 독자적으로 활동하고 정권의 성공을 돕는 것이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

-특정 정치인을 염두에 둔 말인가요?

“하하 그건 아닙니다.”

-대통령이 ‘어떤 말씀’을 해 꼬박 이틀을 생각했다고 했는데 무슨 말씀이었습니까. 청와대나 내각의 구체적인 자리를 제안한 거죠?

“대통령이 하신 말씀이 아니라면 말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둘만의 얘기라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다음에 그 역할을 하시는 분이 있다면 얼마나 계면쩍겠습니까.(웃음)”

-‘대통령이 워낙 신뢰하는 측근들이어서 뒤에서 영향력을 미치지 않겠느냐’라는 비선실세 얘기가 여전합니다.

“양 전 비서관은 뉴질랜드 간다니까 이메일이나 인터넷으로 의견을 줄 방법밖에 없을 것 같고요(웃음). 대통령은 시스템론자입니다. 시스템으로 일하는 분이지요. 또 인재가 없을 때나 비선이 작동하지, 지금처럼 인재가 많은 상황에선 비선을 둘 필요가 없습니다.”

-그럼 현 정권에서는 어떤 임명직도 맡지 않을 생각입니까?

“전 순항할 때보다 위기일 때 의지가 더 발동하는 편입니다. 지금의 일보다 앞으로의 일에 더 관심이 있는 편이구요.”

-위기 상황에서 구원투수 역할을 하겠다는 말로 들립니다.

“위기까지 가서는 안 되죠. 성공하는 정부가 돼야지요. 물론 어려움이나 문제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정치인은 자기 영역을 잘 만들어둬야 합니다. 특히 진화하는 시대에 국민과 소통하면서 직접민주주의를 신장시키고, 직접민주주의 시스템을 파격적으로 도입하는 일은 꼭 공직이 아니어도 가능합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굳이 대통령과 좀 안다고 해서 한다면 그건 정치인답지 않은 일이지요.”

-대선 때 얘기를 좀 해보죠. 선대위 제1상황실장을 맡으셨죠?

“원래 상황실의 고전적 개념은 돌발적인 현장 상황대처, 법률적 대응, 캠프 동향 취합 등인데요, 이번 상황실은 조정 업무도 꽤 있었습니다. 직접 기획도 했지요. 안희정 충남지사와 박원순 서울시장의 춤추는 투표 독려 영상도 상황실에서 한 거예요.”

-인재 영입도 담당했는데 영입된 분들이 새 정부에서 역할을 하나요?

“제가 직책을 맡지 않겠다는 글을 올리니까 그전까지 뭐하고 싶다고 의욕을 보이던 분들이 일체 연락을 안 하더라고요(웃음). 대통령께서 민정수석, 비서실장을 다 해보셔서 인사에 대해 너무 잘 알죠. 적재적소 인사를 할 겁니다.”

-선거운동 기간에 위기는 없었습니까?

“안철수 후보와 홍준표 후보의 지지율이 급상승할 때도 큰 위협은 아니라고 봤습니다. 인위적인 조합이나 보수 유목민 유권자들의 후보 투어로는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지 못할 것으로 판단했지요. 전략적 위협감은 못 느꼈지만 긴장은 늘 했습니다.”

-하지만 안 후보와 양자 구도가 됐을 때 불안해하는 캠프 인사들이 많았죠.

“제가 인터넷 TV인 민주종편에 나가 역대 최대 표차로 이길 가능성이 있다고 하자 그런 말 하지 말라는 전화도 받았어요. 잘나갈 때 오만하고 조금 이상 현상이 있을 때 위축되면 정치나 국정 운영을 제대로 할 수 없습니다. 관통하는 흐름과 원리를 이해하고 신뢰하면 되는 것이지요.”

-대통령과의 인연은 어떻게 되나요?

“2012년 대통령께서 정치권에 들어오셔서 시작됐습니다. 그해 대선에서는 별 역할을 못했어요. 후보로부터 직접 요청이 있었지만 견제를 받았다고 해야 되나요. 제가 뭘 하면 확대해석하는 경향이 많았습니다. 후보 단일화 백업팀에 있었는데 두 번 나가고 못 나갔습니다. 그리고 2015년부터 대통령이 당대표일 때 사무총장, 총무본부장을 맡아 재신임 문제와 온라인 입당 등을 처리했지요. 친문 핵심 측에서 최재성은 늘 1대 10으로 논쟁한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웃음).”

-그런 견제에도 건재한 이유는 결국 대통령의 신뢰 때문이겠군요.

“제가 누구에게 귀염을 받는 스타일은 아닙니다(웃음). 대통령은 근거 있는 주장에 대해서는 수용성이 높은 분입니다.”

-성공한 대통령이 되려면 뭘 해야 되나요?

“지식과 정보의 격차가 없는 세상이고, 집합지식과 집합정보는 뛰어난 지도자나 전문가를 능가합니다. 문명적 흐름에 맞게 국민의 권리를 보장해주고 교정해주는 것이 숙제입니다. 국민을 실체적 권력적 존재로 만드는 것입니다. 숙의적 민주주의를 파격적으로 확대하면 대한민국은 자동적으로 발전할 겁니다.”

-앞으로 정국은 어떻게 보세요? 보수는 살아날 수 있습니까?

“보수 진영은 장기적인 인물난과 리더십 빈곤을 면하기 어렵습니다. 저희도 사실 2002년 대선 이후 인물난의 긴 터널을 겪었습니다. 죽음의 링 같은 정당이었죠. 지금의 자유한국당은 더 심각한 타격을 받았습니다. 우리보다 더 오래 갈 것으로 봅니다. 집권당이 된 민주당에도 저쪽(보수당)의 리더십이 장기적 빈곤 상태로 가면 좋지 않습니다. 마구잡이 난타전식의 야당이 되면 민주당도, 대통령도 곤란해지죠.”

-개헌은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대선 때 김종인, 손학규 전 대표 등 거물 정치인들이 개헌을 매개로한 제3지대를 주장했지만 국민은 꿈적도 안 했습니다. 정치권의 이해관계로 조합되는 개헌은 성공할 수 없습니다. 대통령발(發) 개헌이어야 실질적 논의가 되고 결론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의회만의 출발과 합의로는 조정이 어렵고 엉뚱한 방향으로 갈 수도 있어요.”

-내년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 공약이 지켜질까요?

“네. 몇 번을 약속하신 거니까요. 그간 정치권에서는 권력구도 중심으로 개헌이 논의됐는데 대통령은 30년 만에 우리 사회를 진일보시킬 수 있는 가치를 담아 지방선거에 부친다는 겁니다. 권력체제와 관련된 안은 심플합니다. 중임제를 허용하되 책임총리를 해서 대통령 권력을 분산시키겠다는 것이지요.”

-분권형 대통령제인가요?

“중앙과 지방의 분권, 대통령과 총리의 분권, 총리와 장관의 분권, 감사 기능이 국회로 이관되는 분권이므로 진짜 분권형 대통령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방선거 때 광역단체장에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던데요.

“과거에는 권력 의지와 정치적 목적을 갖고 그 길로만 가야 했지요.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아요.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부조리를 해결하려고 국회의원이 됐고 대통령까지 됐지요. 문재인 대통령도 정치하지 않으려고 히말라야에 갔지만 한 번의 실패를 거쳐 대중적 지도자가 되지 않으셨습니까. 문명적 흐름과 다르게 개인의 권력 의지로 가겠다고 하면 부자연스럽고 엉키는 정치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정말 아무 생각이 없습니다.”

■최재성은 누구

추진력과 정세 판단력이 탁월하다는 평이다. 2015년과 이듬해 초까지 문재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로 재임할 때 사무총장과 총무본부장을 맡아 보좌하면서 최측근이 됐다. 안철수,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 등과 당내 갈등이 불거졌지만 친문계가 몸을 사리자 앞장서서 문 대표를 도와 '호위무사'라는 별칭을 얻었다. 지난해 총선에 이어 이번 대선에서도 인재 영입을 진두지휘하며 '문재인 대세론'을 확장시키는 데 기여했다. 비록 2선으로 후퇴했지만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워 언제든 중책을 맡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호방한 성격으로 보스 기질도 다분하다. 17대 국회로 정계에 발을 들였으며 19대까지 경기도 남양주갑에서 내리 3선을 했다. 지난해 총선에는 불출마했다. 서울고와 동국대를 졸업했다.

만난 사람=한민수 논설위원 mshan@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