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펜서 몸푸는 펜스?… 트럼프 탄핵론에 부통령 부상 기사의 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15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의회에서 열린 제36회 순직경찰 추모식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함께 서 있다. AP뉴시스
특검 수사까지 불러오며 일파만파 확산되는 러시아 스캔들에 미국 공화당과 보수 진영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미 집권 여당 일각에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백악관에서 몰아내고 후임으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앉혀야 한다는 말까지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공화당 인사들 사이에서 ‘펜스 대통령’을 열망하는 말들이 심각하게 오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공화당 하원의원은 폴리티코에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에게 (러시아 게이트 관련) 수사 중단을 요구했다는 뉴욕타임스 보도가 사실이라면, 펜스 부통령이 (대통령 대행) 리허설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건 (워터게이트로 낙마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 사태와 같다”고 말했다.

보수 성향 언론인들도 특검 임명 소식이 전해지자 정치적 무게중심을 급격히 펜스 부통령 쪽으로 옮기는 모습이다. 보수 논조의 칼럼니스트 로스 다우샛은 이날 “유능한 인물(펜스)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에 트럼프를 버리는 것이 더 나은 상황이 됐다”면서 “트럼프가 제거됐다고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소급 당선될 것도 아니고, 닐 고서치 대법관이 해임되는 일도 없을 것”이란 내용의 칼럼을 썼다.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될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해 온 극보수 논객 에릭 에릭슨도 “공화당은 트럼프를 버려야 한다. 펜스가 대기하고 있기 때문에 트럼프는 필요 없다”고 입장을 바꿨다.

워싱턴 정가의 로비스트들 역시 벌써부터 펜스 부통령에 대한 기대감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화당 로비스트는 폴리티코에 “트럼프는 대통령으로서 추진한 어떤 정책도 성과를 낼 가능성이 별로 없어 보이는 반면, 펜스 부통령은 의회에서 선호하는 예측 가능한 인물로 불필요한 드라마를 만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상당수 공화당 로비스트들은 펜스 부통령이 없었다면 백악관이 지금보다 훨씬 더 혼란스러웠을 것으로 여긴다고 이 로비스트는 덧붙였다. 실제로 미 의회와 워싱턴 로비 업계를 아울러 트럼프보다 펜스를 대통령으로 선호하는 공화당 의원이 많다는 사실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로 통한다.

이런 기대감과 수군거림에 정작 본인은 적잖이 난감해하는 모습이다. 펜스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인기’를 잠식하는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련하게 처신해 왔다는 평가를 받아 왔는데, 갑작스러운 인기몰이가 부담스러운 상황이 된 것이다. 폴리티코는 관련 인터뷰 요청에 펜스 부통령 측이 논평을 거절했다면서 “그동안 ‘변덕스럽기 짝이 없는 대통령’ 트럼프보다 튀지 않으려 했던 부통령이 이런 분위기를 민망해하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펜스 부통령이 이미 정치적 야심을 드러냈다는 분석도 있다. 특검 임명 소식이 전해진 뒤 그가 ‘위대한 미국 위원회’란 이름의 정치 후원조직을 결성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폴리티코는 “전통적으로 부통령은 자신의 정치기반을 당 전국위원회에 통합시켜 온 것에 비춰볼 때, 별도 정치 후원조직을 결성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