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곤 이어 두 번째 ‘감찰로 사표’… 서울중앙지검장 흑역사 기사의 사진
문재인 대통령이 ‘돈봉투 만찬’ 공개 감찰을 지시하는 순간 이영렬(사진) 서울중앙지검장의 사표는 예고된 일이 됐다. 인사권자가 공직기강 문제를 거론하며 직접 거명한 데다 새 정부가 검찰 개혁을 벼르는 상황에서 불미스러운 사건의 당사자가 되자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이 지검장은 감찰 지시 하루 만인 18일 새벽 출근해 사의를 표한 뒤 연가를 냈다. 6개월간 국정농단 수사를 벌인 특별수사본부장이던 그는 일선 업무에서 물러나 감찰 조사 및 처분을 기다려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이 지검장은 ‘신뢰받는 검찰’을 일성으로 2015년 12월 서울중앙지검장에 취임했다. 5년간 미제로 남아 있던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을 특별수사팀을 꾸려 수사했고,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사건, 롯데그룹 비리 수사 등을 지휘했다. 지난달 21일 서울 서초구의 한 한정식집에서 있었던 돈봉투 만찬 일이 불거지기 전에는 차기 검찰총장 후보군으로도 거론됐다.

서울중앙지검장이 감찰 대상이 돼 낙마하긴 이 지검장이 두 번째다. 2013년 10월 조영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 과정에서 윤석열 수사팀장과 공개적으로 충돌했다. 조 전 지검장은 수사 외압의 주체로 지목되자 “나를 조사해 달라”며 대검찰청에 스스로 감찰을 요청했었다. 그는 그 다음 달 징계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무혐의 결과가 발표되자 당일 사표를 냈다.

이 지검장이 법무부·대검 합동 감찰팀 공식 구성 전에 제출한 사표의 수리도 감찰 결과가 나온 이후까지 보류될 공산이 크다.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을 이끄는 서울중앙지검장은 일선 지검장 중 유일하게 고검장급 검사가 맡고 있다. 대검 중앙수사부가 2013년 4월 간판을 내린 이래 서울중앙지검장은 정치적·사회적으로 중요한 특수·공안·형사사건을 직접 지휘하는 검찰 조직 ‘넘버 2’ 자리를 굳혔다. 그래서 ‘정권과 직거래할 수 있는 자리’라는 말도 따른다.

서울중앙지검장 자리가 거꾸로 독이 된 경우도 많았다. 최교일 전 지검장은 2012년 10월 이명박 전 대통령 내곡동 사저 부지 수사에 정치적 고려가 있었다는 취지의 실언을 한 뒤 근신하다 검사 생활을 마감했다. 최근 사임한 김수남 전 검찰총장의 경우도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진행한 ‘정윤회 문건’ 수사와 관련한 뒷말이 퇴임 때까지 따라다녔다.

서울중앙지검장의 수난은 주로 정치적 성격이 강한 사건을 수사하던 중이거나 수사 이후 후폭풍 와중에 발생한 게 특징이다. 이 지검장 역시 국정농단 수사 결과에 대한 비판 여론과 청와대의 불신 속에 공직을 떠나게 됐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