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 만찬’ 파문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재판 공소유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수장인 이영렬(59·사법연수원 18기) 서울중앙지검장을 비롯해 당시 만찬 자리에 배석했던 수사 팀장 전원이 감찰 대상에 오르면서 업무 차질 및 사기 저하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난달 17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기소하며 국정농단 수사 업무를 종료했던 특수본은 이후 공소유지 체제로 전환한 뒤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나눠 재판 업무를 담당해 왔다. 박 전 대통령 뇌물수수 혐의와 청와대 문건 유출, 미르·K스포츠재단 강제 모금 등은 특수본에서 공소유지를 맡고 있다.

특수본이 공소를 유지해 유죄를 받아내야 하는 책무가 있는 상황에서 수사 팀장들은 여전히 공판 과정에서 중요한 일을 수행해 왔다. 새로운 증거를 제출하기도 하고, 때로는 특검팀과 함께 변호인단에 대응하기도 했다. 특히 오는 23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박 전 대통령 재판을 앞두고 밤을 새우는 날도 많았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공소유지하는 데 있어 위축될 수밖에 없게 됐다. 법무부와 대검찰청이 22명의 매머드급 감찰팀을 구성한 데 이어 조만간 만찬에 배석한 이들에 대한 조사까지 이뤄진다면 공소유지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감찰에서 중징계 대상으로 분류되는 최악의 상황이 된다면 직무에서 배제될 가능성도 있다. 서울중앙지검장의 빈자리도 클 수밖에 없다.

검찰 내부 역시 착잡함과 당혹감으로 가득한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안이 단순 감찰조사 수준을 넘어 내부 비리를 광범위하게 점검하는 고강도 수사 성격으로 번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한 검찰 간부는 “시베리아 벌판에 서 있는 느낌”이라며 “공판중심주의가 강화된 상황에서 어쩌면 지금부터가 굉장히 중요한 시기”라고 우려를 표했다. 다른 검찰 관계자는 “감찰 꼬리표를 달고 법정에 서면 재판부나 변호인 측이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이다. 부끄러워서 재판에 설 수 있겠나”라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지난 6개월간 병원 신세까지 지며 수사를 마무리했던 부장검사들은 사건 경위를 소명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몇몇 수사팀 간부들은 “오히려 소명할 기회를 얻는 게 낫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감찰팀은 공소 유지 등 일상업무에 최대한 차질이 없도록 일정을 정해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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