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조영태] 안동, 언제까지 ‘市’로 남을 수 있을까 기사의 사진
얼마 전 필자는 경북도청 소재지인 안동시에 갈 일이 있었다. 나이 40대 중반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안동에 가게 되어 창피한 마음도 없지 않았지만 우리나라 정신문화의 수도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기 때문에 초행길이 내심 설레었다. 그런데 필자의 설렘은 안동시에 도착하자마자 의문으로 바뀌었다. 토요일 늦은 오후였는데 길거리가 너무나도 한산했기 때문이었다.

의문을 뒤로 한 채, 장거리 운전으로 인해 배가 출출해서 안동하면 떠오르는 안동찜닭으로 요기를 할 생각으로 음식점을 찾아 나섰다. 앗, 어쩐 일인지 안동찜닭 집이 많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몇 군데 간판을 보고 찾아간 곳도 모두 문을 닫았다. 편의점에서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워야 하나 실망하고 있었는데, 앞에 너무나도 반갑게 대형마트가 눈에 띄는 것이 아닌가. 대형마트에는 푸드코트가 있으니 안동찜닭으로 혀를 호강시키진 못할망정 안동까지 가서 컵라면의 화학조미료나 음미하지 않아도 되었으니 기분이 조금 좋아졌다. 그러나 대형마트에 들어선 순간, 아까 안동시에 들어설 때 가졌던 의문으로 배고프다는 사실도 잊고 말았다.

토요일 저녁시간. 카트에 1주일 동안 먹고살 식료품과 생필품을 가득 싣고 장난감 코너에서 좀처럼 나올 생각이 없는 아이들을 부르면서 경쟁적으로 계산대로 향하는 가족들이 득실대는 곳이 바로 내가 생각하는 대형마트의 모습이건만, 안동시의 대형마트에는 어쩐 일인지 손님의 수보다는 일하는 직원 수가 더 많을 정도로 사람이 없었다. 필자가 간 토요일에 혹시 안동에서 무슨 큰 행사가 열려서 사람들, 특히 어린이를 둔 가정에서 모두 그곳에 간 것은 아닐까하는 마음에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물어보았다. 돌아오는 답은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의 모습이라는 것이었다. 격주로 주말 영업을 하지 못하게 하는 법이 만들어질 정도로 동네 상권을 모두 죽이고 혼자 공룡처럼 커 왔다고 비판받아온 대형마트가 어쩌다 이렇게 생존 자체가 어려워질 정도가 되었을까.

이유는 간단했다. 토요일 오후 너무나도 한산한 거리와 텅텅 비어버린 대형마트 모두, 안동시에 살고 있는 사람이 적어서 생겨난 일이었다. 특히 청소년까지의 자녀를 둔 3∼4인 가구가 주된 고객층인 대형마트가 비었다는 것은 안동에 청소년을 둔 가정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통계청에서 제공하는 통계자료를 확인한 필자는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었다.

대형마트가 막 확산되기 시작할 때인 2000년 안동시에는 약 18만 2000명이 살았고, 평균연령이 37세, 15세 인구는 3만명이나 되었다. 15년이 지난 2015년, 인구의 총수는 다소 준 16만7000명이었지만 평균연령은 43.8세로 7세나 높아졌고, 15세 인구는 약 2만명으로 무려 3분의 1이 줄어들었다. 이러한 추세라면 앞으로 10년 뒤에 안동시의 평균연령은 거의 50세에 육박할 것이고, 15세 인구는 1만명도 채 안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럼 안동은 더 이상 도청 소재지인 시라고 부르기도 머쓱하게 될 것이다. 안타까운 사실은 이러한 상황이 비단 안동만의 일이 아니라 전국의 모든 중소도시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인구와 관련된 문제라고 하면 저출산과 고령화를 떠오른다. 하지만 인구학자인 필자가 볼 때 우리나라가 정말로 신경을 써야 하고 그 해결책을 빨리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될 인구문제는 바로 안동시와 같은 전국의 중소도시들의 젊은 인구가 너무나도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는 현상이다. 지방의 중소도시는 주변 농촌지역들이 필요로 하는 교육, 행정, 문화, 금융, 유통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특히 대도시 이외 지역의 청소년과 영유아들을 위해서 중소도시와 그 기능들은 반드시 필요하다. 지금 중소도시의 젊은 인구가 급속도로 줄고 있다는 것은 중소도시가 이들이 필요로 하는 기능과 서비스를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효율성의 관점에서만 생각해서 젊은 인구가 줄어드니까 오히려 이들에게 제공되던 서비스를 줄이게 되면 그나마 있던 젊은 인구는 더더욱 지방 중소도시를 이탈할 것이다.

지방 중소도시들의 젊은 인구 고갈을 심각한 지속가능성의 문제로 생각한다면 새롭게 출범한 문재인정부는 이 문제의 해결책을 반드시, 그리고 시급히 강구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아마도 10년 뒤 우리나라 지도에서 지방의 행정구역 시는 모두 군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모든 젊은 인구는 서울 수도권과 몇 대도시에만 집중된 채 말이다. 그것이 제대로 된 나라일까?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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