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명희] 흙수저 장관의 축복론 기사의 사진
가난한 흑인 가정에서 사생아로 태어나 암울한 사춘기를 보낸 오프라 윈프리는 인생역전의 상징이다. 성폭행을 당해 14살 때 아이를 낳고, 마약에 빠지기도 했던 그는 기구한 인생에 좌절해 자살을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다 우연히 라디오 프로에서 일을 얻은 것을 시작으로 ‘오프라 윈프리 쇼’를 25년간 진행하며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방송 진행자로 성공했다. 그는 1997년 5월 웰즐리 여대 졸업식에서 축사를 하며 자신의 삶을 바꾼 다섯 가지 교훈을 소개했다. “언제나 고마운 것을 먼저 생각하라. 불행하게 하는 것보다 감사한 게 더 많다.” “내 인생을 위해 가능한 한 가장 높고 장대한 비전을 만들라. 믿는 대로 된다” 등이다.

20세기 유대인 철학자 아브라함 요수아 헤셸은 “존재 자체가 거룩함이요, 살아있음 자체가 축복”이라고 했다. 전쟁의 참화 속에서 히틀러가 수백만명을, 단지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학살할 때 절망을 딛고 생명에 대한 경외를 찬미하는 것은 분명 범인(凡人)은 엄두도 못 낼 일이다. 속담에 ‘젊었을 때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한다. 하지만 고통이나 시련을 피하고 싶은 게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그제 문재인정부 초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에 지명된 김동연 아주대 총장은 11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청계천 무허가 판잣집에서 할머니와 어머니, 세 동생을 부양해야 했다. 이후 그 집마저 철거돼 성남시로 강제 이주해 천막을 치고 살았다. 은행에 취직해 주경야독하며 고시에 합격한 그는 자신의 어려웠던 시절이 ‘위장된 축복’이라고 말한다. 28살의 큰아들을 백혈병으로 먼저 떠나보내는 참척(慘慽)의 고통까지 겪으면서 이렇게 얘기하는 그를 신앙의 힘만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어려운 사람들의 처지를 누구보다 잘 아는 만큼 그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성경말씀을 실천해 왔다. 기재부 예산실장 시절에는 가정형편이 어려운 고교생들이 대학진학을 할 수 있도록 ‘교육 희망사다리’ 지원사업을 폈다. 김홍복 하림 회장 등 어렵게 공부하며 자수성가한 CEO들의 재능기부 모임 ‘청야(淸夜)’를 결성해 어려운 학생들을 멘토링하고 후원하는 일도 수년째 하고 있다. 아주대 총장으로 취임한 뒤에는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해외 대학 연수 기회를 갖도록 ‘애프터 유’ 프로그램을 만들어 자신의 월급 절반을 기부했다. ‘사람 중심의 경제’ J노믹스를 펼쳐갈 그의 ‘유쾌한 반란’이 기대되는 이유다.

글=이명희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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