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명호] 회고적 하루 기사의 사진
‘오백 년 도읍지를 필마(匹馬)로 돌아드니/ 산천은 의구(依舊)하되 인걸(人傑)은 간 데 없네/ 어즈버 태평연월(太平烟月)이 꿈이런가 하노라.’ 야은(冶隱) 길재, 지배이념이던 불교를 낡은 이데올로기로 치부하고 성리학을 받아들여 민본정치로 사회를 개혁하려 했던 고려 말 신흥사대부. 쇠망하는 고려를 현실 속에서 개혁할 것인가, 역성혁명으로 새 왕조를 건설할 것인가를 놓고 치열하게 고민하다 결국 전자를 택한다. 권력과 이데올로기 싸움에서 패배, 은거하던 길재가 조선조가 들어선 뒤 망한 고려의 도읍 송도를 찾아가 감회를 읊은 시다. 훗날 사람들은 ‘회고가’라 부른다. 곳곳에 회한이 묻어 있다.

2017년 5월 23일. 취임한 지 보름이 안 된 문재인 대통령은 비극으로 삶을 마감한 친구이자 전 대통령 노무현의 8주기 추도식에 참석했다. 노무현의 꿈을 얘기한 추도사에는 정치적 승리의 신고를 겸한 애잔한 회고가 배어 있다. 같은 날 오전 서울중앙지법 417호 법정, 전 대통령 박근혜가 피고인석에 처음으로 앉았다. 21년 전 전두환, 노태우 두 사람이 있었던 바로 그 법정이다. 부끄러운 역사다. 역시 같은 날, 대부분 조간신문의 1면 머리기사는 이명박정부의 상징인 4대강 사업을 정책감사 하라는 문 대통령의 지시로 채워졌다. 3개 정권에 걸쳐 4번째 감사다. 그동안 감사 결과는 정권에 따라 이리저리 휘둘렸다.

하룻동안 세 전·현직 대통령은 다른 이들이 알지 못하는 회한을 느꼈을 게다. 봉하마을과 너럭바위는 여전히 평화스럽고, 서울 법정은 그대로 변함이 없고, 4대강은 말없이 흐르기만 한다. 옛것은 의구한데, 사람들 운명만 바뀌었는가. 옛것은 역사를 관조하고 있는데, 권력만 춤을 추는가. 역사학자 에드워드 카가 “역사는 과거와 현재와의 대화”라 정의했거늘, 우리는 과거에서 어떤 성찰을 하고 있을까. 과거와 대화하고 있긴 한 건가. 뉴스를 보며 여러모로 깊은 생각을 한다. 회고적 하루였다.

글=김명호 수석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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