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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풍향계-김광수] 사법개혁은 법관 독립성에서 시작된다

“동요하는 판사들… 법원이 바로 서야 국민의 재산과 자유도 보호받을 수 있어”

[시사풍향계-김광수] 사법개혁은 법관 독립성에서 시작된다 기사의 사진
사법은 입법, 행정과 함께 국가의 최고 권력이다. 입법기관인 국회와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장은 국민 투표로 선출된다. 선출직 공무원은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늘 살펴야 한다. 반면 사법부는 선거와 무관하다. 사법부를 구성하는 법관은 시험과 경력에 따라 임용권자에 의해 신분과 보직이 결정된다. 사법이란 구체적인 법적 사건에 법관이 법을 적용해 정의를 실현하는 작용이다. 그러므로 법관은 정치적 편향이나 선호와는 관계없이 헌법과 법률을 기준으로 재판해야 한다. 이를 헌법에서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헌법 제103조)고 표현하고 있다. 재판과 법관의 독립성은 사법의 책무인 인권옹호를 위한 불가결의 요소이다.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 소속 단독 판사들이 국제인권법연구회 학술행사 축소 외압 의혹과 관련,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 논란에 대한 양승태 대법원장의 입장표명과 ‘전국법관 대표회의’ 소집을 요구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를 그간 다섯 번의 사법파동에 이은 제6차 사법파동이 가시화되는 조짐으로 해석한다. ‘법관은 판결로써 말한다’고 할 정도로 판사들은 개인적인 의견의 발표를 자제한다. 그럼에도 판사들의 집단행동 움직임은 사태의 심각성을 의미한다.

과거 사법파동이 행정부의 부당한 개입에 대한 항의로 시작되었다면 오늘날 판사들의 동요는 사법부 내에서 법원행정 권력에 대해 인사의 공정성과 재판의 부당한 개입을 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성격이 강하다. 물론 그 배경에는 사회 내 진보와 보수 가치의 갈등이 일정 부분 반영돼 있다. 법관도 국민인 이상 국가의 발전 방향에 나름대로 견해를 가질 수 있으며, 이는 국민으로서의 기본권에 속한다. 다만 자신의 견해에 헌법과 법률보다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건 옳지 못하다.

마찬가지로 법원 인사권자도 개개인의 가치와 신념을 인사문제와 관련시켜선 안 된다. 법원 내 인사는 임명권자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법원 구성원들은 당연히 인사권자의 눈치를 보기 마련이고, 법원 상층부가 하는 조그만 언행은 판사들의 행동에 무언의 압력으로 작용한다. 과거 사법파동이 일어날 때마다 법관 인사의 공정성 확보, 법원의 관료화 제동 및 재판의 실질적인 독립성 보장을 위한 논의가 있어 왔다. 그럼에도 오늘 이런 사태가 재연된 이유는 과거 법원이 가지고 있었던 고질병이 근치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한국법제연구원이 지난해 발간한 ‘법전문가의 법의식 조사연구’를 살펴보면 입법부, 행정부 및 사법부 가운데 법치주의 실현을 위한 역할을 제일 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은 기관은 사법부였다. 그런데 사법부의 점수도 53점으로 높지 않다. 사법부에 속한 전문가는 71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부여했다. 외부인이 보는 사법의 성과와 내부인 스스로 평가하는 사법의 위상 간에 큰 차이가 있음을 의미한다. 즉, 외부 전문가들은 사법부가 법치국가 실현을 위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그러한 평가가 이번 소장 판사들의 집단행동을 통해 내부적으로도 지적, 표출됐다고 할 수 있다.

법관직은 우리나라에서 만족도가 가장 높은 직업군에 속하며 법관 개개인 역시 엘리트로서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러므로 사법제도가 현재 가지고 있는 한계를 인식하고 스스로 교정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법원이 바로서야 국민의 재산과 자유도 확고한 보호를 받을 수 있다. 법관만이 아니라 국민이 만족할 수 있는 사법 서비스를 하는 사법제도로 개혁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광수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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