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한민수] 안보 불감증 기사의 사진
2006년 10월 9일 북한이 1차 핵실험을 해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하지만 진짜로 핵실험을 했는지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지진의 진도가 작고 방사능 물질도 즉각 탐지되지 않은 탓이다. 결정적으로 확인한 것은 감청위성을 비롯한 첨단 장비가 아니었다. 직접 사람이 가서 함북 길주군 실험장 주변의 흙과 물을 가져왔다. 휴민트(HUMINT), 즉 인적정보를 활용해 시료를 채취해 온 것이다. 그런데 이런 기밀 정보가 샜다. 국정원으로부터 보고받은 정치권 고위 인사가 무심결에 외부에 얘기해 버린 것이다. 북한은 그 정보원을 잡아내기 위해 혈안이 됐을 게다.

십여년 전 모 국회 정보위원장과 그 방 보좌진은 국정원의 ‘요주의’ 대상이었다. 대외비를 전제로 브리핑한 내용이 자주 외부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대놓고 항의하지 못한 정보기관 당국자들은 한동안 속앓이를 해야 했다. 1990년대 대공 수사기관 책임자가 직접 기자회견장에 나와 간첩단 체포 경위를 소상하게 설명한 적이 있다. 이를 토대로 북한이 우리 측 정보망을 색출했고, 복원하는 데 많은 자금과 긴 기간이 소요됐다고 한다.

요즘 미국도 안보 불감증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런데 정보를 누설한 당사자가 최고통수권자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다. 그는 동맹국에도 비밀에 부쳤던 이슬람국가(IS) 정보원 관련 내용을 러시아 외무장관을 만나 자랑하듯 말했다. 중앙정보국(CIA)과 국가안보국(NSA)이 급히 나서 정보원 피해를 막기 위한 조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호원이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의 휴대전화 번호가 적힌 메모지를 언론에 노출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한국의 새 정부도 기밀 누설에 각별히 조심해야 할 것 같다. 집권 초 어수선한 상황에서 잠시 한눈팔면 실수든, 안보 불감증이 원인이든 외부로 새어나갈 수 있어서다. 더욱이 우리는 호시탐탐 고급 정보를 노리는 북한과 마주하고 있지 않은가.

글=한민수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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