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톡!] 대학살 비극의 땅, 르완다 도약의 힘은 ‘용서’

‘키갈리학살기념관’ 충격을 넘어 치유와 희망으로

[미션 톡!] 대학살 비극의 땅, 르완다 도약의 힘은 ‘용서’ 기사의 사진
르완다의 키갈리학살기념관에 전시된 다양한 연령의 피해자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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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5세, 남, 장래희망 선생님.’ ‘나이 7세, 여, 장래희망 의사’. 지난 19일 아프리카 르완다의 수도 키갈리 서북부에 있는 한 기념관에 들어서자 활짝 웃고 있는 아이들의 사진과 프로필이 시선을 끌었습니다. 하지만 프로필 끝자락에 적힌 내용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이 아이들은 모두 잔혹하게 살해됐습니다.

월드비전 모니터링 방문단과 함께 찾은 이곳은 키갈리학살기념관이었습니다. 수북이 쌓인 희생자의 유골, 학살 현장의 사진, 피 묻은 옷가지 등이 관람객들을 맞았습니다. 전시관 한편에는 피스 룸(peace room)이 있었습니다. 너무 큰 충격과 슬픔으로 몸을 가누지 못하는 이들이 봉사자의 부축을 받아 걸음을 옮기고 있었습니다.

르완다는 유럽 열강의 그릇된 식민지 정책으로 인해 다수족인 후투족과 소수족인 투치족이 갈등을 겪으며 독립 후에도 내전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극단으로 치달은 부족 간 갈등은 1994년 4월 7일부터 100여일 동안 르완다 전체인구의 약 10%인 100만여명이 희생되는 참사를 낳았습니다.

지금도 매년 4월 7일이면 세계 곳곳에서 학살 피해자를 추모하기 위해 크위부카(Kwibuka)란 행사가 진행됩니다. 크위부카는 르완다 토속어로 ‘기억하다’란 뜻을 가진 단어입니다. 화해와 용서, 재건을 통해 절망을 딛고 일어서려는 르완다 국민들의 열망을 담은 것입니다.

비극이 일어난 지 23년이 지난 르완다는 최근 10년 간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8%에 달하는 아프리카의 신흥 경제국이자 정보기술 강국으로 부상했습니다. 그 배경에는 가차차(Gacaca)라 불리는 전통적 마을재판제도가 있었습니다. ‘짧게 다듬어진 잔디’란 뜻의 가차차는 마을 구성원들이 풀밭에 모여 이웃 간의 분쟁을 용서와 화해로 해결하는 풀뿌리 재판제도였습니다.

학살 이후 사법제도가 붕괴된 르완다에서 가차차는 큰 힘을 발휘했습니다. 마을마다 가해자와 피해자들이 풀밭에 서서 눈물로 용서를 빌고 가슴으로 서로를 끌어안았습니다. 가해 사실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는 이에겐 법정에서 낮은 징역형이 선고되거나 피해자의 집에서 봉사를 하는 노역형이 부과됐습니다.

키갈리에서 사역하는 이태원(성경장로교회) 선교사는 “국민 4명 중 1명이 기독교인인 르완다에서 가차차를 통해 화해·협력 문화가 확산된 데에는 용서와 사랑을 바탕으로 한 기독신앙의 영향도 있었다”라고 말했습니다. 동행한 고창덕 수원북부교회 목사가 기념관을 나서며 전한 한 마디엔 가슴 아픈 역사를 기억하는 크리스천들을 향한 메시지가 담겨있었습니다. “용서 없이 치유되는 상처는 없습니다. 학살의 참혹함을 용서로 치유해 가는 르완다의 모습에서 진정한 화해란 무엇인지 돌아보게 됩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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