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규의 문화공방] <106> 깊고 넓은, 배우 송강호 기사의 사진
‘택시운전사’ 포스터
23년 전으로 추억한다. 대학로의 소극장 연우무대에서 그를 처음 만났다. 90년대 초반 그는 대중이 알아볼 만큼 유명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극명한 색깔을 가진 개성파 연극배우였다. 그래서 그의 연기를 본 관객은 그를 잊는 일이 기억하는 일보다 더 어려웠을 것이다. 언젠가 튼튼한 배우가 될 것이라는 예견을 쉽게 했다.

그리고 1997년 여름 영화 ‘넘버3’가 개봉했다. 영화는 배우 송강호를 국민들에게 선사했다. 사람들은 스크린으로 쏟아져 나온 그의 독특한 다이얼로그를 약속이라도 한 듯이 흉내 냈다. 그 후로도 오랫동안 그 대사는 구전되었다. 전문가들은 그 열풍이 외려 송강호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기우였다. 송강호의 깊고 넓은 외연의 연기는 그 우려를 충분히 잠식했다. 파죽지세의 행보는 국민배우로서의 입지를 튼튼히 다졌다. 영화 ‘쉬리’ ‘공동경비구역 JSA’ ‘살인의 추억’ ‘괴물’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의형제’ ‘설국’ ‘관상’ ‘변호인’ ‘사도’를 통해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흥행배우로서도 자리매김했다. 흥행과 작품성을 동시에 획득하면서 배우로서의 신뢰를 한몸에 받았다. 최근 그가 영화 ‘변호인’을 통해 블랙리스트에 올라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무서운 건 소문만으로도 블랙리스트의 효력이 발생한다고 했다. 어떤 작품을 선택할 때 정부에서 싫어할 것 같다는 자기 검열이 끼어드는 것을 애석해했다. 자유가 담보되지 않는 억압의 예술이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은 상식이다. 송강호는 묵묵한 길을 걸어간다. 광주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한 영화 ‘택시운전사’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영화는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시선으로 80년 광주를 바라본다. ‘아빠가 손님을 두고 왔다’는 극중 대사가 상상을 부추긴다. 우리는 지금 두고 온 손님을 잊고 살고 있는 건 아닌지 묻고 싶다.

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강동대 교수)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