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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홍 칼럼] 코드 맞추기, 정도껏 해야

“외교부와 통일부의 입장 변화는 우려스러운 수준… 경찰도 오버하지 말아야”

[김진홍 칼럼] 코드 맞추기, 정도껏 해야 기사의 사진
대통령 탄핵 정국이라는 길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 문재인정부가 탄생한 만큼 일대 변혁은 예상됐던 바다. 변화의 바람이 불지 않는 곳이 거의 없을 정도다. 적폐 청산과 대통합이라는 상충된 두 가지 국가적 과제도 별 잡음 없이 진행되는 중이다.

하지만 씁쓸한 장면도 있다. 진득하지 못한 채 새 정부와 코드 맞추는 데만 열중인 공직사회가 대표적이다. 공직사회의 새 정부 눈치보기는 정권교체 때마다 주기적으로 반복돼 왔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다. 경제·사회 분야 부처는 물론이고 외교안보 분야 부처도 새 정부 입맛에 맞는 자료들을 쏟아내고 있다. 물론 새 정부 출범에 따라 바꿔야 할 정책들이 있을 것이고, 그동안 경시됐던 부분들을 보완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새 대통령 공약에 대해 찬양 일색으로 흐르는 건 왠지 거북하다. 일부 부처는 이명박-박근혜정부 때 추진한 정책들이 잘못됐다는 내용의 반성문까지 썼다고 한다. 충성 의지를 밝히려 대놓고 자기부정을 하는 꼴이다. “진정으로 국익을 위한다면 이러이러한 공약은 버려야 한다”고 당당히 소신을 밝히는 ‘영혼이 있는’ 공무원은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국가와 국민의 안위가 걸려 있는 대북정책을 다루는 부처의 행태가 우려스럽다. 일관된 대북 메시지를 보내는 게 절실한 시점인데, 새 정부의 눈치를 살피느라 스텝이 꼬여가고 있다.

외교부는 얼마 전까지 유엔 차원의 대북제재에 앞장서다가 지난 23일부터 갑자기 태도를 바꿨다. 유엔의 경고에도 탄도미사일 ‘북극성 2형’을 쏘아올린 북한에 대해 안보리 차원의 추가 제재를 강화한다는 성명이 채택됐으나 한국대표부는 입을 다물었다. 유엔에 주재하는 영국이나 프랑스 대사들까지 추가 제재 필요성을 역설한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북한 미사일의 최대 피해자가 될 우리 정부 입장이 이렇게 돌변해도 되는 것인지 국제사회가 의아해하고 있을 것 같다. 제재보다 대화를 중시하는 새 정부와 보조를 맞추려는 것이겠지만 너무 심했다.

통일부도 유감이다.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자행한 다음날 남북 교류를 모색하겠다고 밝히더니, 급기야 1년여 동안 중단됐던 민간 차원의 대북 접촉을 승인했다. 남북관계 단절이 한반도 안정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를 댄 만큼 민간 교류는 지속될 전망이다. 하지만 한 달 전만 해도 북한 비핵화가 남북관계 개선의 전제라고 강조해 왔던 통일부다. 더욱이 남북 교류 차단의 원인제공자인 북한은 더 흉포해진 상황이다. 북한 핵·미사일 도발은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데 정권에 따라 대북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는 통일부의 변신이 거슬린다.

여권 내에선 7주년을 맞은 5·24조치 해제 검토를 언급한 이가 있었다.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 필요성도 제기했다. 2010년 장병 46명이 사망·실종된 천안함 폭침 사건이 불러온 게 5·24조치다. 북한은 지금까지 천안함 사건에 대해 사과 한마디 없다. 박왕자씨 피격 사망 사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너무 성급하다. “도발하는 북한에 꽃다발을 안겨주는 격”이라는 야당 의원 지적이 맞다.

그리고 검찰 개혁 바람으로 내심 웃고 있을 경찰의 언행 역시 지나치다. 대통령 지시로 법무부와 검찰이 감찰 중인 ‘돈봉투 만찬’ 사건을 수사하겠다고 밝히고, 청와대가 조사 중인 ‘정윤회 문건’과 관련해 내사 단계에서 살펴보고 있다고 말하고, 청와대가 ‘인권경찰’을 주문하자마자 시위 현장에 차벽이나 살수차를 배치하지 않겠다고 강조하고 나선 점 등은 얍삽해 보인다.

오버하지 말고 좀 차분해지자.

김진홍 논설실장 j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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