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유영만] 4차 산업혁명은 사고혁명이다 기사의 사진
4차 산업혁명이 다가오면서 사물도 지능을 갖고, 인공지능으로 무장한 로봇이 인간이 수십년 학습한 지식을 하루도 안 돼 배운 뒤 잊어버리지도 않는다. 이제 정보를 넘어 지식을 학습해 인간의 지능을 위협하는 기계학습(machine learning)이 보편화되고 있다.

기계적으로 반복하면 기계에 당한다. 문제는 불편한 수고와 힘든 노력으로 배우는 과정을 기계가 대신해 학습으로 뇌기능을 발전시킬 기회조차 상실한다는 점이다.

“인간은 반복을 통해 학습하는데, 이것을 기계가 대신하면 기계가 잘못 사용되는 일이 생긴다. 기계가 똑똑해질수록 반복, 지도, 실습으로 익히는 학습행위로부터 인간의 정신적 이해가 단절될 수 있다. 바로 이때 인간의 개념적 사고력에 장애가 생긴다.” ‘장인’이라는 책을 쓴 리처드 세넷의 말이다.

고통스러운 노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사고력은 발달한다. 그런데 기계가 이런 인간의 사고력을 활용할 기회를 빼앗아감으로써 사고력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 색다른 사고는 뜻밖의 사고(事故)가 일어나 정상적인 방법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설 때 생긴다. 정상적인 상황에서 뇌는 정상적인 방법으로 작동한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 직면하면 뇌는 이전과 다른 방법으로 생각하기 시작한다.

능력의 신장은 뭔가를 다르게 시작하는 가운데 생기기 시작하고, 범위와 수준을 넘어서는 도전을 통해서만이 이뤄진다. 힘든 상황에 처해야 없던 힘을 쓰기 시작한다. 할 수 있는 수준에서 비슷한 일을 반복해서는 능력은 신장되지 않는다. 새로운 가능성은 능력을 능가하는 일에 도전할 때 비로소 열리기 시작한다. 문제는 능력을 넘어서는 새로운 도전은 물론 기존의 능력을 활용할 기회를 기계가 대체함으로써 기존 능력조차 퇴화되기 시작한다는 데 있다.

“냉장고 문이 열리는 순간, 인류가 오랜 시간 축적한 귀중한 앎이 닫힌다.” ‘사람의 부엌’을 쓴 디자이너 류지현의 말이다. 냉장고라는 가전제품이 생기기 전 인간은 최대한의 능력을 발휘해 음식을 썩지 않게 보관하는 방법을 궁리해 새로운 방법을 개발했다. 어느 순간 냉장고가 나오자 사람들은 힘들게 얻은 음식보관 노하우를 버리고 어떤 음식이든 냉장고에 넣으면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결국 냉장고가 고장나거나 쓸 수 없으면 속수무책의 상황으로 몰리게 된다.

“자동화 시스템이 진보할수록 능력을 개발할 동기는 떨어지며, 예외적인 상황에 맞닥뜨릴 확률은 높아진다.” ‘메시’라는 책을 쓴 하드포드의 말이다.

자동화가 진전될수록 굳이 힘들여 노력하지 않아도 기계가 인간적 불편함을 해소해주면서 힘들게 능력을 개발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문제는 사전에 설계된 알고리즘대로 기계가 자동적으로 움직이다가 생각지도 못한 뜻밖의 상황이 발생해서 기계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일어난다.

“사람들이 알고리즘에 의존할수록 판단력은 점점 떨어지며, 이는 결국 알고리즘에 더욱 의존하게 만든다. 이러한 과정은 악순환 고리를 만든다. 알고리즘에 의사결정을 맡길수록, 사람들은 수동적으로 행동하며 비판적인 의심도 점점 하지 않게 된다.” 인지 심리학자 게리 클라인의 말이다.

빅데이터가 축적돼 개인의 선호도나 취향은 물론 의중까지도 읽어내는 시대에 데이터 너머의 세계를 읽어내는 혜안과 알고리즘대로 움직이지 않는 예외적인 상황에 대처하는 현명한 지혜를 개발하는 사고의 혁명이 절실한 시점이다.

4차 산업혁명은 사람과 사람은 물론 사물과 사물을 연결하는 초연결성 시대이자 사람의 지능을 능가하는 초지능성을 사물이나 기계가 지니면서 스스로 통제하고 조정하는 자동화 혁명의 시대다.

나아가 방대한 데이터를 축적해서 미래 현상도 예측하는 전대미문의 세상이 펼쳐지는 시대가 바로 4차 산업혁명이다. 이런 시대일수록 초연결 시대를 주도하는 협업과 융합능력을 개발하고 사물지능을 능가하는 지성과 지혜를 갖추며, 예측이 불허한 불확실한 상황에서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대처할 수 있는 창의적 문제해결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

이런 지성과 지혜, 협업과 융합능력, 그리고 창의적 문제해결력은 사고혁명이 일어나지 않고서는 생기지 않는 인간 고유의 능력이다. 4차 산업혁명이 기술혁명을 넘어서 사람을 위한 혁명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사고혁명이 동반될 필요가 있다. 사고혁명은 기계적으로 학습해서 생기지 않는다. 오히려 사고혁명은 기계가 할 수 없거나 기계가 하지 않는 방식으로 사고할 때 비로소 생기는 4차 산업혁명의 원동력이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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