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박현동] 청와대 레드 팀 기사의 사진
태풍의 눈엔 바람이 없다. 마찬가지로 권력 핵심부에 위치하면 외풍을 잘 느끼지 못한다. 대신 강한 연대감과 과도한 자신감이 넘친다. 때론 사명감이나 역사 의식으로 포장된다. 이런 조직에선 새로운 정보와 질서가 흡수되기 힘들다. 집단사고와 확증편향 탓이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경향이 있다. 제왕적 권력의 위험성도 여기에서 시작된다. 합리성과 관계없이 무조건 지지하고, 리더는 자신의 생각과 판단을 절대선이라고 믿는다. 잘나갈 때 조심하라는 말이 유의미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조직은 성공 확률만큼 실패 확률도 높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친박 세력에서 봤다.

일반적으로 일사불란한 조직이 그렇지 못한 조직에 비해 효율적 결과를 만들어낸다. 그러나 함정이 있다. 획일성은 조직을 자칫 집단사고의 위험성에 빠뜨린다. 확증편향의 덫이다. 대응책으로 ‘레드 팀(Red Team)’을 구성하는 예가 많다. 미군이 가상의 적(敵)을 레드 팀으로 부른 것에서 유래됐다. 기업에선 집단사고의 위험성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주로 활용된다. 경쟁자 또는 적의 입장에서 무조건 반대하도록 하고, 회사는 이 과정을 통해 취약점을 보완하고 리스크를 최소화한다. 듀폰의 성공 배경엔 레드 팀의 존재가 있었다는 건 잘 알려진 이야기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등도 레드 팀이 있으며 우리나라 일부 기업도 유사한 조직을 운용한다. 경영전략의 하나다.

청와대가 내각 인선 이후 불거진 검증부실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고자 레드 팀 구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청와대의 조직 특성상 집단사고 위험성에 빠질 우려가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스스로를 도덕적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조직의 경우 집단사고의 경향이 강하다. 윤리적 또는 사회적 이슈에선 더 그렇다. 청와대에 침묵의 나선이론이 나타나면 독선에 빠지기 쉽다. 문재인 대통령도 첫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견을 말하는 것은 의무라고 했다. 레드 팀은 대통령의 성공과 맞닿아 있다. 레드 팀이 기대되는 이유다.

글=박현동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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