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정진영] GDP와 GNH 기사의 사진
국내총생산(GDP) 개념이 처음 쓰인 것은 1934년 미 의회 보고서에서였다. 1929년 대공황이 발생했지만 국가의 정확한 손실 정도를 파악할 수 없었던 미 정부는 유명 통계학자인 쿠즈네츠에게 해법을 부탁했다. 그는 한 나라의 경제단위에서 발생하는 모든 부가가치를 소득으로 평가한 총량인 국민소득계정, 즉 GDP를 제시했다. 미국은 이 통계를 바탕으로 체계적으로 대응해 대공황을 극복했다. 이후 GDP는 경제성장 내지 국부의 척도로 통용됐다.

GDP의 소득은 오직 화폐소득이다.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 경제적 가치는 내포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가사노동, 돌봄, 수유, 자원봉사 등 직업노동 외부에 존재하는 무수한 값어치가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에서 보완 필요성이 늘 제기됐다. ‘GDP의 역설’을 보자. 대규모 지진 등 엄청난 자연재해나 큰 사고는 공동체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지만 GDP 성장에는 기여한다. 피해 복구 과정에서 고용과 소비, 투자가 늘기 때문이다. 심지어 범죄가 늘어도 방범시설 증설 또는 수용시설 증가에 따른 지출 확대는 경제성장의 토대가 된다.

경제사학계의 석학 칼 폴라니는 “GDP는 불법 활동마저 증대시키는 물질만능 시대를 촉진한다”고 비판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 동생 로버트 케네디는 “쿠즈네츠의 국민소득계정은 모든 것을 다 측정한다. 삶을 가치롭게 만드는 것은 빼고 말이야”라고 비아냥댔다. 잘 살지 못해도 웃음을 잃지 않는 피지인들을 일컫는 ‘피지언 스마일’이나 군대가 없는 약소국임에도 세계 최고 수준의 행복감을 나타내는 코스타리카인의 자족감, 세계 1위의 심리적 행복감을 자랑하는 부탄의 국민행복지수(Gross National Happiness) 등은 GDP와 무관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국정 운영의 중심을 삶의 질에 둘 필요가 있다”며 “부탄식 국민행복지수를 개발하라”고 지시했다. 국민 삶의 질을 높일 어떤 한국형 행복지수가 등장할지 궁금하다.

정진영 논설위원, 그래픽=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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