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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라동철] 공무원 증원에 거는 기대

비용 최소화 등 공무원 자기희생 요구돼… 민간고용 창출 마중물 역할 방안 시급해

[내일을 열며-라동철] 공무원 증원에 거는 기대 기사의 사진
문재인정부 출범 후 서울 노량진 학원가에 활기가 돌고 있다고 한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내걸고 첫 단계로 공무원 증원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 공무원 1만2000명을 추가 채용할 계획이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족’들에게는 기회의 문이 그만큼 더 열리는 셈이다. 문재인정부는 임기 내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을 공약했다. 소방관, 사회복지전담, 교사, 경찰, 부사관 등 공무원 일자리 17만4000개와 사회서비스 공공기관 및 민간수탁 부문에서 34만개, 공공부문 고용형태 전환을 통한 30만개 등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일자리 늘리기 행보는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다. 취업난이 심각해지면서 일자리가 복지임을 절감하는 시대다. 대기업들은 돈을 쌓아두고도 고용은 찔끔 늘린다. 전체 고용의 90%가량을 담당해 온 중소·영세기업들은 생존하기도 버거워 좋은 일자리를 늘릴 여력이 없다. 정부가 민간 영역에 채용 확대를 강요할 수는 없으니 결국 공공부문 일자리 늘리기에 발 벗고 나선 것이다. 고용절벽을 마주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공직 채용을 늘려 일자리를 늘리고 공공서비스도 강화하자는 생각일 게다.

공무원 증원에 이견도 있다. 적지 않은 예산이 필요하고 근본적인 해결책도 아니라는 주장이다. 정부와 여당은 당장 일자리 정책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11조원대 추경 예산에 합의했다. 2022년까지 공무원 17만명을 충원하려면 연간 수조원이 필요하다. 가용 재원이 한정돼 있다면 어느 쪽에는 예산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관료조직의 특성상 공무원 수는 업무량과 관계없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는 ‘파킨슨 법칙’도 어른거린다.

‘세금으로 공무원들 좋은 일만 시킨다’는 지적을 피하려면 공직사회의 자기희생이 요구된다. 고용은 늘리되 비용은 최소화할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해야 한다. 청와대가 용도가 불분명한 특수활동비를 절감해 청년 일자리 창출과 소외계층 지원에 사용하겠다고 나선 것은 그런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런 움직임이 정부부처 등 다른 공공영역으로도 확대돼야 한다. 공무원 증원이 대국민 행정서비스 강화로 이어져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공무원을 늘리는 건 공익적 가치를 좀 더 효과적으로 수행하려는 취지다. 소방, 치안 등 안전과 직결되거나 보육, 의료, 요양 등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복지 분야, 빛은 나지 않지만 꼭 필요한 분야 중심의 충원이 이뤄져야 하는 건 물론이다.

공공일자리 확대는 민간의 좋은 일자리를 늘리는 마중물이 돼야 한다. 공무원 증원에만 기댄 일자리 정책은 공시족만 늘리고 지속가능하지도 않다. 새 정부가 일자리 확대를 국정 핵심 과제로 천명한 만큼 재점검을 통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바란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 심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소득 불균형, 장시간 노동에 의존하는 임금구조, 민간 의존도가 높은 사회복지 영역, 취약한 사회안전망, 자동화에 따른 일자리 감소, 고령화의 급속한 진행과 인구절벽의 도래 등 마주한 과제가 한둘이 아니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단기처방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들이다. 누가 뭐래도 일자리 만들기의 주체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1호 업무지시로 설치됐고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일자리위원회는 이런 난제 해결을 위해 노·사·정의 지혜를 모으고 사회적 대타협을 이끌어내는 창구가 돼야 한다. 이해관계를 조정해내는 일이 쉽지 않지만 지속가능한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는 가야만 할 길이다. 공공부문 일자리 확충의 명분과 성패도 결국은 이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라동철 사회2부 선임기자 rdch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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