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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길] 검찰 오욕의 역사는 끝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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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개혁의 성패는 새 정부의 성공 여부를 판가름할 잣대 중 하나일 것이다. 사진은 검찰 고위 간부들의 ‘돈봉투 만찬’ 사건으로 시끄럽던 지난달 18일 바람에 나부끼는 검찰 깃발과 태극기가 서울중앙지검 유리문에 비친 모습. 국민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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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개혁대상 1호는 검찰이다. 특히 법무부와 검찰 고위 간부들의 ‘돈봉투 만찬’ 사건은 활활 타오르는 검찰개혁 민심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개혁의 요체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무소불위의 검찰권을 분산하고 견제 받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개혁해야 하는가.

시대적 과제를 앞에 두고 검찰개혁에 대해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담은 신간들이 나왔다. 하나는 민변 사법위원장을 역임한 최강욱 변호사의 ‘권력과 검찰’. 다른 하나는 PD수첩 사건 무혐의를 주장하다 검찰 수뇌부와 갈등 끝에 2009년 검사복을 벗은 임수빈 변호사의 ‘검사는 문관이다’.

‘권력과 검찰’은 대담집이다. 저자는 현직 기자(김의겸), 검사 출신 국회의원(금태섭), 판사 출신 법조인(이정렬), 노무현정부 시절 검찰개혁 작업에 참여했던 변호사(김선수) 등 전문가 4명과의 대담을 통해 검찰개혁의 밑그림을 그려나간다. 기자의 시선으로 검찰의 흑역사를 돌아보고 검사가 고백하는 검찰의 속내, 판사가 본 검찰의 민낯을 들여다본 뒤 검찰개혁의 큰 방향을 제시하는 대담 구성이다.

책은 딱딱한 이론을 강요하지 않는다. 먼저 그들만의 조직문화와 특권의식 등 검찰의 속성을 알기 쉽게 전한다. 지금은 거의 사라진 ‘떡값’ 관행, 스폰서 문화 등 법조계 일화가 감초처럼 등장한다. ‘하다하다 안 되면 마지막에는 (검찰)총장을 잡아먹는’ 무서운 조직보호 본능과 생존 본능도 지적한다. 이렇게 문제점이 배태될 수밖에 없는 토양을 짚음으로써 개혁의 당위성을 설파한다.

대담을 보면 최근 화두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나 검·경 수사권 조정 등에 관한 의견은 조금씩 다르다. 독자들이 판단할 몫이지만 전문가들의 결론은 한결같다. 검찰개혁과 민주적 통제는 도저히 외면할 수 없는 시급한 과제라는 점이다.

문제는 검찰과 기득권층의 저항이다. 더 큰 문제도 있다. 바로 개혁의 물길을 거스르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다. 저자는 당부한다. “칼자루를 쥐고 있는 정치권에 대한 감시와 압박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 역대 정부에서 검찰개혁 논의를 지체하거나 좌초하게 한 주역이었던 법사위를 주목해야 한다. 검찰의 식민지가 된 법무부와 결탁하여 수없이 방해해온 과거를 잊지 말아야 한다.”

‘권력과 검찰’이 거시적 이야기라면 ‘검사는 문관이다’는 미시적 관점으로 접근한다. 저자는 검사와 변호사 경험을 바탕으로 실무적인 검찰권 행사부터 통제돼야 검찰이 인권옹호기관으로 바로 설 수 있음을 지적한다. 지난 2월 자신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박사학위 논문인 ‘검찰권 남용 통제방안’을 독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풀어 썼다.

저자는 검찰권 남용 사례로 표적수사, 타건(他件) 압박 수사, 심야조사, 피의자 면담 등 ‘살인적 수사 행태’를 들고 수사 절차와 방법을 명문화한 수사절차법을 제정할 것을 제안한다. 사건처리의 공정성을 위해 기소기준제를 도입할 것도 주문한다. 근본적으로 자신들은 어떤 잘못도 저지르지 않는다는 ‘무오류의 신화’를 깨뜨리는 것에서부터 검찰개혁이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말미 인터뷰에서 검찰 수사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한 3가지 요소를 드는데 곱씹어볼 만하다. “수사 배경이 정당하고, 수사 과정이 적법하며, 수사 처리가 공정해야 한다.”

박정태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jt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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