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60세 마라토너, 1만6000㎞ 아름다운 도전

기부 마라톤 나서는 굿피플 나눔대사 강명구씨 이야기

60세 마라토너, 1만6000㎞ 아름다운 도전 기사의 사진
강명구씨가 31일 서울 여의도 굿피플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마친 후 인근 여의도공원으로 자리를 옮겨 달리기 시범을 보이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마라토너 강명구(60)씨가 오는 9월 유라시아 대륙 1만6000㎞ 횡단에 도전한다. 9월 1일 서유럽 끝 네덜란드의 헤이그를 출발해 독일 오스트리아 중국 북한(미정)을 거쳐 한국에 도착하는 일정이다. 하루 40여㎞씩 1년 2개월 대장정이다. 국제구호개발 NGO 굿피플(회장 진중섭)이 후원한다. 강씨는 최근 굿피플 나눔대사로 위촉됐다.

그는 2년 전 미국 대륙을 횡단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캘리포니아주 산타모니카를 출발해 뉴욕까지 5200㎞ 거리를 125일간 달렸다. 미국 횡단이 새로운 인생을 향해 나아가는 자신을 위한 도전이었다면 이번 유라시아 횡단은 난치병 아이들, 남을 위한 도전이다.

3일 서울 한강시민공원 뚝섬지구에서 진행되는 ‘희귀난치성 질환 아동돕기 굿피플 기부 마라톤’에도 참가하는 강씨를 31일 서울 여의도 굿피플 사무실에서 만났다.

강씨는 50대에 마라톤을 시작했다. 30세에 미국으로 이민간 그는 “생활을 위해 안 해본 일이 없었다”고 말했다. 샌드위치도 팔고 쇼핑몰 계산원, 가발 영업도 했다. 식당을 차려 겨우 자리를 잡았다. 여유가 생기자 패러글라이딩, 테니스 등 레저에 관심을 가졌다. 2009년 지인의 소개로 마라톤 동호회에 가입하면서 마라톤을 시작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운동과는 담을 쌓고 지냈을 정도로 운동에 소질이 없었다. 하지만 마라톤이 주는 성취감은 대단했다. “마라톤은 연습한 만큼 기록이 단축되더라고요. 거기에 매료됐습니다.” 2010년 그는 마라톤 풀코스를 8번 완주했다.

강씨는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고 싶어 미국 대륙횡단을 계획했다. 식당을 정리하고 2015년 2월 산타모니카 해변을 출발했다. 장기 레이스에 필요한 식료품, 텐트 등 장비를 실은 손수레를 밀면서 달리기 시작했다. 그때 만난 산과 들 도시 그리고 사람들 이야기를 글로 썼다.

“많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모하비 사막을 지날 땐 현지 도로 사정에 익숙한 이의 안내를 받기도 했습니다. 미국 중부에서 만난 한 크리스천은 제게 음식과 잠자리를 제공해 줬습니다. 침례교인이었는데 아침에 출발하기에 앞서 축복기도까지 해줬습니다.”

어릴 때 친구들을 따라 교회에 처음 갔던 강씨는 고등학교 때는 미션스쿨을 다녔다. 기독교 동아리 회장도 지냈다. 미국에 와선 뉴욕의 한인 교회에 다녔다. 강씨는 “지금도 힘들 때면 가끔 그 침례교인의 축복기도가 생각난다”고 했다.

2015년 대륙 횡단을 마친 그는 미국 영주권을 포기하고 귀국했다. 이후 네팔 지진피해 돕기 300㎞ 울트라마라톤, 광복절 기념 평화통일 기원 마라톤, 베트남에 ‘화장실 짓기’ 마라톤 등 국내외 마라톤 대회에 꾸준히 참가하고 있다. 현재까지 공식 마라톤 참가 기록은 40회다. 미국 대륙 횡단 당시 손수레에 ‘남북 평화통일 염원’이라는 문구를 붙이고 뛰어 ‘평화 마라토너’라는 별명도 얻었다.

그는 이번 유라시아 대륙 횡단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무엇보다 자신을 통해 희귀 난치병 아이들이 도움을 받게 된다는 것이 큰 기쁨이라고 했다. 강씨와 굿피플은 개인, 단체 등의 후원을 받아 1㎞당 1만원씩 총 1억6000만원의 성금을 모아 치료비로 기부한다는 계획이다.

강씨는 “이번 굿피플 기부 마라톤 대회에 많은 이들이 참여해 아픈 아이들을 돕는데 힘을 모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아직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육로로 북한을 거쳐 서울로 오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며 관심을 가져달라고 부탁했다.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