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산책] 그림도 심플, 삶도 심플 기사의 사진
장욱진 ‘나무’. 캔버스에 유채, 45.5x38㎝, 1987
상큼한 노란 화폭에 나무 한 그루가 들어찼다. 나무 한가운데엔 까치가 ‘떡’하니 자릴 잡았다. 이 녀석, 그림의 주인공임에 틀림없다. 화가 자신은 나무 꼭대기 콩알만한 토담집에 웅크리고 있으니 말이다. 하늘에는 붉은 태양과 푸른 달이 나란히 떠 있다. 낮일까, 밤일까? 알쏭달쏭하다.

낮과 밤이 공존하고, 원근법 따위는 무시한 채 평면적인 조형언어로 천진난만한 그림을 그린 이는 화가 장욱진(1917∼1990)이다. 장욱진은 맑은 시심으로 한국의 자연을 그렸다. 타고난 야인(野人)이자 ‘자연의 사람’이었던 그는 30년 가까운 세월을 덕소, 수안보, 신갈을 떠돌며 자신이 사랑했던 것들을 화폭에 담아냈다. 서울대 미대 교수로 6년간 재직했던 시절을 제외하곤 스스로 고립의 길을 택해 자연 속에서 유유자적한 것이다. “자연이라는 게 가까이 있으면 아주 또렷하죠. 비 오는 것도 좋고, 바람 부는 것도 좋고”라고 되뇌며 이 땅의 산과 나무, 새와 강아지, 해와 달을 스스럼없이 어우러지게 했다. 어린아이 그림처럼 순정한 그의 그림은 한편의 완벽한 우주다. 감각적인 것을 넘어 정신적인 것, 우리들이 늘 소망하면서도 다가가기 어려운 깨달음의 세계를 오롯이 보여준다.

마침 올해 그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에서는 화가의 나무 그림들을 모아 특별전을 꾸몄다. 일평생 “나는 심플하다”고 외치며 삶과 예술 앞에서 진실했던 장욱진의 작고 심플한 그림은 그 어떤 큰 그림보다 매혹적이다.

이영란 (미술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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