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지호일] 우병우의 죄 기사의 사진
우병우 전 민정수석은 청와대에 있을 때 종종 선후배 검사들을 모아 은밀한 만찬을 열었다고 한다. 선택받은 소수만 불려나갔다. 청와대 동향, 검찰 현안 등이 소폭(소주+맥주)과 함께 오간 것으로 전해진다. 그가 ‘지금 검찰은 내 손 안에 있다’는 식의 위세를 부렸다는 얘기도 참석자 입을 통해 흘러나왔다. 우병우 사단의 기원 내지 실체를 이 모임에서 찾는 이들도 있다.

사정 라인을 관할하는 민정수석이 검사와 만날 수 있는 거 아니냐고? 문제는 청와대와 검찰 간 정상적 작동 시스템이 무너지는 현장이라는 데 있다. 청와대와 준사법기관으로서의 검찰 사이에는 제도적 차단벽이 존재해 대통령이라 해도 법무부→검찰총장의 단계를 거쳐야 검찰을 단속할 수 있다. 조국 민정수석이 “민정수석에게는 인사권이 없다. 수사 지휘도 안 된다”고 말한 건 이 원칙의 재확인이었다.

우 전 수석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 기자는 그에게 전화를 걸어 특정 검사의 보직 인선 배경을 물은 적이 있다. “쓸 만한 사람을 내가 쓴다는데 뭐가 문제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인사는 대통령이 한다” 정도의 예상 답변과는 거리가 멀어 내심 놀랐었다. 그는 대통령의 참모를 넘어 국정 운영의 주체로 스스로를 상정했던 것 같다. 청와대 안에서 ‘짖지 않는 개’로 부복해 얻은 힘으로 서초동을 향해서는 끊임없이 동맹 혹은 복종을 요구하는 사이 청와대-검찰은 한 줄로 묶여 뒤죽박죽이 됐다. 박근혜정부 시절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 수사나 검찰 인사의 배후로 우 전 수석이 지목되는 건 괜한 오해가 아니다.

우 전 수석의 죄과는 형법 조항으로는 선명한 단죄가 어려울 수 있다. 법을 아는 그는 여전히 억울해한다. 최근까지 “나는 잘못한 게 없다. 죄 지은 게 없는데 5000만명이 모두 나를 욕하니 미치겠다”고 지인들에게 토로했다고 한다. 정식 재판이 곧 시작된다. 그러나 기대는 말자. 유죄가 선고된다 한들 그의 입에서 사과나 반성은 나오지 않을 거다.

지호일 차장, 그래픽=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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