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홍덕률] 6월의 역사가 주는 교훈 기사의 사진
대통령 선거를 치르고 꼭 4주가 지났다. 아직 청와대와 정부 내각이 정비되기 전이지만 한 달 사이에 나라가 많이 안정을 찾았다.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해 80% 정도 국민이 잘한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는 보도도 있다. 허니문 효과만은 아닐 것이다. 먼저 파격과 탕평 인사에 국민들이 환호하고 있다. 대통령의 탈권위주의와 소통 행보도 큰 몫을 했다. 단호해야 할 때는 단호하고 겸손해야 할 때는 겸손한 대통령의 모습을 보면서 대선 때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들도 대통령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TK(대구·경북) 지역에서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73%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놀라운 수치다.

지난달 18일 광주민주화운동 37주년 기념행사도 그중 하나였다. ‘임을 위한 행진곡’이 제창됐고, 대통령은 부친을 잃은 한 유자녀의 추모사에 눈물을 보였다. 기념식 노래와 대통령의 눈물만으로도 광주시민은 물론 많은 국민이 위로를 받았다. 기념일 행사에 대통령이 어떻게 임하느냐에 따라서도 나라는 안정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5월에 이어 6월에도 큰 역사적 사건을 기념하는 행사들이 줄을 잇게 된다. 먼저 오늘 현충일이다. 현충일은 나라를 지키다 목숨을 잃은 전몰장병을 추모하기 위해 제정된 기념일이다. 67년을 맞는 한국전쟁 발발일도 6월 25일이다. 문제는 그 비극이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이다. 특히 북한은 최근 핵개발과 연이은 미사일 실험으로 한반도 평화를 위협해 왔고, 한국과 미국의 매파 진영은 전쟁 불사를 외쳐 왔다.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의 긴장도 한층 고조됐다. 한반도를 전쟁 위기로부터 보호하고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긴급한 대응이 요구되는 요즘인 것이다.

다음 주 6월 15일은 남북공동선언 17주년이 되는 날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과 정상회담을 가졌고, 남과 북이 자주적으로 통일을 준비하며 경제협력도 강화한다는 내용의 남북공동선언을 발표했다. 2000년 6월 15일의 일이다. 남북관계를 적대적 관계에서 화해와 협력 관계로 바꿔놓은 역사적 사건이었다.

6월 10일도 한국 현대사에 큰 의미를 갖는 날이다. 1987년의 일이니 올해 30주년을 맞는다. 박종철 이한열 등의 억울한 죽음으로 폭발한 대학생과 넥타이부대의 민주항쟁은 87년 6월 내내 계속됐다. 그 결과 대통령직선제 개헌이 이뤄졌고 국민은 16년 만에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게 됐다. 87년 6월 항쟁은 한국사회에 민주주의를 열어준 역사적 사건이었던 것이다. 그 뒤 한국의 민주주의는 눈부시게 발전했다.

하지만 지난 수년 동안 한국의 민주주의는 크게 후퇴했다. 블랙리스트와 국정농단 사건은 상징적인 예일 뿐이다. 국민은 촛불로 저항했고 대통령은 탄핵됐다. 그리고 그 위에서 문재인정부가 출범했다. 대통령이 취임하고 꼭 한 달 되는 날, 우리는 6·10민주항쟁 30주년 기념일을 맞게 된 것이다. 한마디로 문재인정부는 크게 후퇴한 민주주의와 한반도 평화를 다시 복원해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출범했다고 할 수 있다. 먼저 민주주의의 복원이다. 이를 위해서 검찰 개혁, 국정원 개혁, 선거제도 개혁 등도 중요하겠지만, 6월 항쟁의 유산과 교훈을 청소년은 물론 국민들에게 제대로 교육하는 일이 중요하다. 깨어있는 시민 없이는 민주주의는 작동할 수도 유지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제도만이 아니라 의식이고 생활이며 실천이기 때문이다. 6월 항쟁 30주년을 맞는 6월, 민주시민교육에 대한 활발한 토론과 제도화를 기대해 본다.

다음은 이 땅에 다시는 전쟁이 없게 하고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해내는 일이다. 누구라도 비극적인 냉전체제에 기대어 권력을 유지하려 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다시는 전쟁의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평화교육에 적극 나서야 한다. 통일교육을 강화하고 민족동질성 회복을 위한 민간교류도 확대해가야 한다. 6·15 남북공동선언 17주년 기념일을 한반도 평화로의 길을 다시 여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현대 한국의 비극적 사건과 역사적 성취를 기념하는 날들이 이어지는 6월이다. 새 정부가 출범 한 달여를 맞는 6월이기도 하다. 오늘 현충일과 25일 한국전쟁 기념일, 그리고 10일 6월항쟁 30주년 기념일과 15일 남북공동선언 17주년 기념일을 특별히 기억하면서 당면한 난제들을 풀어가는 교훈으로 삼을 수 있기를 바란다. 나라다운 나라로 거듭나기 위해서도 6월은 매우 중요하다. 2017년 6월. 위기에 내몰렸던 민주주의와 한반도 평화를 복원해내는 리더십과 국민적 지혜를 기대해본다.

홍덕률 대구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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