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호 칼럼] 이번엔 정말 실패하지 말아야 한다 기사의 사진
검찰 개혁의 당위성을 새삼 강조하는 건 무의미하다. 그 타당성을 주장하려고 여러 사례를 드는 것도 시간 낭비다. 이번 대선에서 주요 후보들이 한결같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등 검찰 개혁을 내세운 건 국민적 여망을 대변한다. 지구촌에서 명함 좀 내밀 수 있는 국가 중에서 선거 때마다 검찰 개혁 공약이 나오는 나라는 우리가 유일할 것이다. 후진국 현상이다. 어느 나라에도 이런 막강한 권한을 가진 검찰은 없다. 수사를 시작할 건지 말 건지, 수사 방향을 이렇게 잡을 것인지 다른 방향으로 잡을 것인지, 어떤 혐의를 더 파볼 것인지 중단할 건지, 기소를 할 건지 말 건지, 묵혀뒀던 혐의를 적절하게 ‘활용’할 건지…. 모두 검찰이 결정한다. 현실에서는 절대권력이다. 물론 늘 법과 원칙에 따라 한다고 말한다.

검찰이 지난해 말 잇단 의혹이 제기된 청와대 민정수석 우병우에 대해 특별수사팀을 구성했을 때 결과가 별거 없을 거라고들 했다. 과거 경험이 그랬으니까. 막강한 수사력과 권한은 식구나 권력실세에는 잘 적용되지 않는다. 그때 많은 이가 그랬다. ‘우병우는 살리고 검찰은 죽는다’고. 그 우병우가 지금은 기소돼 재판 중이다. 곧 발표될 법무부와 대검 간부 간 ‘돈봉투 만찬’ 감찰 결과도 기대하지 않는 게 좋겠다.

현 정권은 검찰을 적폐청산 1호급으로 여긴다. 여론도 상당 부분 그렇게 본다. 지난달 20∼22일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업무지시 1∼5호 중 가장 잘한 것’은 ‘돈봉투 만찬 감찰 지시’(38.3%)가 꼽혔다. 일자리위원회 설치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보다 압도적이었다. 당시까지 가장 잘한 인사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74.8%),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73.6%)으로 역시 다른 인사들을 훨씬 뛰어넘었다. 여론의 검찰 불신임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그러니 이제는 검찰 개혁을 어떻게, 어느 수준으로 할 것인지를 정하면 된다. 몇몇 자리 바꾼다고 끝날 일이 아니다. 기소권, 수사권 등 검찰이 독점한 엄청난 권한의 분산은 이미 국민적 합의로 보는 게 마땅하다.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그 외에도 제도적으로 개선할 부분은 적지 않다.

우선 이른바 ‘법무부 문민화’다. 법무부는 검찰청의 상위 기관이고 법무 정책을 수립·총괄한다. 그런데 외청인 검찰청의 검사들이 주요 보직을 독식해 사실상 법무부를 지배한다. 그래서 ‘법무부 식민지화’라고 비꼬는 이들도 있다. 관리 감독을 받아야 할 검찰청 소속 검사들이 법무부 요직을 차지하니 검사들 세상이다. 청와대 파견 검사들처럼 이들도 검찰로 복귀한다. 왜곡 현상이 생길 수밖에 없다. 차관급은 40명이 넘는다. 정치권력은 검찰의 조직·예산·인사를 틀어쥐고 있는 법무부 검찰국장을 통해 검찰을 길들인다. 일부 검사들이 이런 걸 적극 활용하는 게 더 고질병이긴 하다. 부적절한 만찬에서 돈봉투 오가는 관행은 괜히 생긴 게 아니다. 검사동일체 원칙도 차제에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승진과 권력에 목숨 거는 일부 정치 검사들이 이 원칙을 활용해 불미스러운 일을 적지 않게 발생시켰다. 정의로웠을 검사를 망가뜨리는 주원인은 특권의식과 출세·권력으로 향하게 만드는 검찰의 제도와 문화에 있다.

권한 분산 등 제도 개선은 결국 국회에서 결정된다. 여기에 검찰 개혁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대목이 있다. 아무리 국민적 지지를 받는 개혁안이라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해야 한다. 이 상임위에는 여야 불문하고 검찰 출신이 다수다. 평소에는 소신 있는 의정활동을 하겠지만, 이상하게도 검찰 문제만 나오면 이들은 전직 검사(식구)이자 미래 변호사(동종업계 종사자) 입장으로 바뀌는 듯하다. 개혁안이 유야무야되는 원인이다. 그래서 검사 출신이 배제된 특별위원회가 만들어져 한다. 특위가 전권을 갖고 검찰개혁안을 만들어 본회의에서 확정시켜야 한다. 이번이 아니면 다음은 없다. 그래야 정의로운 검사들이 살아남을 수 있다.

김명호 수석논설위원 m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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