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향기 나는 배우’로 꿈이 바뀌었어요

배우 임성언 신앙 이야기

‘하나님 향기 나는 배우’로 꿈이 바뀌었어요 기사의 사진
배우 임성언이 지난 1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손가락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어 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 신현가 인턴기자
‘상큼발랄 보조개 미녀’란 수식어가 따라다니던 그가 “(보조개가) 작아져서 서운해요. 이제 주름이 되려고 그러는지…”라며 털털하게 웃었다. 지난 1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만난 임성언(34)은 데뷔 15년차 배우다.

그를 스타덤에 오르게 한 건 2003년 KBS에서 방송된 짝짓기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데뷔 전 원빈 배용준 등과 작업했던 임성언의 광고영상을 보고 당시 프로그램의 조연출을 맡았던 나영석(현 CJ E&M) PD가 출연을 제안해왔다. 배우로서의 꿈을 위해 막 대학에 입학했을 때였다. 시청자들에게 얼굴을 알리기 위해 잠깐 출연하자고 생각했지만 방송 첫 회에 큰 주목을 받으며 3개월 넘게 프로그램을 이끌었다.

“출연자들이 호감을 가진 상대를 선택하며 장미를 전달하는 방식이었는데 평생 받을 장미를 그때 다 받은 것 같아요(웃음). 방송 때마다 제 이름이 주요 기사에 오르고 하루에 팬카페 회원이 1만명씩 늘어나는 걸 보며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죠.”

방송 3개월 만에 팬카페 회원이 16만명을 넘어서고 방송출연 제의가 쇄도했다. 인기에 편승해 단번에 주인공 배역을 꿰차고 다작(多作)에 욕심을 낼 법한 상황이었지만 그는 교만 대신 겸손을 구했다. 임성언은 “뜻밖에 주어진 인기여서 놀라웠지만 이제 막 연기공부를 시작했으니 낮아져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 “주인공보다는 작은 역할부터 시작해보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겸손이 지나쳤을까. 소속사가 생기고 매년 두세 작품에 출연하며 꾸준히 연기를 했지만 조연에서 주연급으로 올라서기엔 장벽이 높았다. ‘예능 출신 연기자’란 꼬리표도 그의 연기에 대한 평가를 끌어내렸다. 비슷한 시기에 데뷔한 배우들이 여러 작품의 주인공으로 발탁되면서 불안감도 커졌다. 결국 원치 않던 공백기까지 찾아왔다. 배우로서의 생명을 고민하던 그를 붙들어 준 건 고교시절 친구의 전도로 갖게 된 신앙이었다.

“데뷔 초 ‘일요일에 교회 가면 촬영에 지장이 생기고 인지도도 떨어진다’는 얘기에 덜컥 겁을 먹었어요. 배우로서의 욕심이 신앙을 밀어낸 거죠. 활동이 줄면서 말씀을 묵상하는 시간이 길어지자 하나님의 마음이 조금씩 느껴졌습니다. 대학 새내기에게 찾아온 방송출연 기회, 하루아침에 받게 된 대중의 관심, 연기자 생활과 공백기 등 모든 게 하나님의 계획 같았어요.”

마음에 평온을 찾으면서 조급함은 사라지고 새로운 도전에 대한 용기가 생겼다. 영상예술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수영과 골프를 배우는 등 연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재능을 키웠다. 나눔과 섬김을 통해 또 다른 자신도 발견했다. 임성은은 크리스천 배우, 코미디언, 가수들과 함께 연예인합창단 ‘액츠29(ACTS29)’를 창립해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4년 전부터는 봉사단체 ‘마루애몽’의 일원으로 매달 노숙인, 홀몸 노인들을 위해 배식봉사를 하고 있다. 그는 “최근 연기활동은 물론 신앙도 공유할 수 있는 가족 같은 소속사도 만났다”고 자랑했다.

화사한 꽃무늬 민소매 원피스를 입은 채 카메라 앞에 선 임성언에게 배우로서의 꿈을 물었다. “예전엔 인터뷰 때 ‘향기 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하곤 했어요. 이제 꿈이 바뀌었죠. ‘하나님의 향기가 나는 배우’로 말예요.”

글=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사진=신현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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