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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이기수]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절실

[내일을 열며-이기수]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절실 기사의 사진
이거다 싶었다. 다름 아니라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얘기다.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란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가 한 조를 이뤄 24시간 환자를 돌봐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80대 중반 아버지가 병들어 몸이 온전치 않은 어머니 돌보기를 포기하셨을 때 일이다. 아버지는 혈관성 치매와 중중 퇴행성관절염으로 대소변을 받아내야 하는 어머니를 더 이상 돌볼 힘이 없다고 선언했다. 어머니 간병을 홀로 책임진 지 10년째 되던 해. 아버지는 당신의 몸이 예전 같지 않다고 하셨다. 바통을 이어받은 우리 부부는 한 달도 못 버텼다. 어머니를 요양병원으로 모실 수밖에 없었다. 그로부터 일주일, 한 달, 1년…. 언제 끝날지 기약할 수 없는 나날이 계속됐다. 어머니는 이후 약 3년간 지방의 한 중소병원과 서울의료원의 보호자 없는 환자안심병동 일반병실과 요양원을 전전하다 돌아가셨다.

나로선 이 무렵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만난 게 천만다행이었다. 지금도 변함없이 간호간병 통합서비스가 우리 가족의 간병 부담을 줄이고, 아버지 부양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믿는 까닭이다.

나만 그런 것일까? 아니다. 서울의료원, 에이치플러스양지병원 등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에 가보면 비슷한 얘기를 하는 환자 가족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간호간병 통합서비스에 대한 다른 환자 가족들의 만족도가 무려 96.6%나 된다. 우리나라 간호간병 통합서비스의 필수견학코스로 통하는 서울의료원이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받고 퇴원한 환자 27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서울요양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치매환자와 가족들을 만나 “치매 관련 본인 건강보험 부담률을 10% 이내로 낮추고, 건강보험 급여대상이 안 되는 진료도 다 대상이 되도록 하는 등 치매국가책임제를 실현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 당시 ‘치매국가책임제’를 주요 대선 공약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원님 덕에 나팔 분다’는 말이 있듯이 차제에 한 가지 더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다. 관리 차원의 국가책임제가 필요한 것은 비단 치매 환자와 그 가족뿐이 아니다. 사실 치매는 여러 퇴행성 노인병 중 하나일 뿐이다. 치매와 더불어 고령화 사회의 걱정거리로 급부상 중인 병이 꽤 있다. 4대 중증질환으로 꼽히는 암과 희귀난치성 질환, 심뇌혈관질환을 포함해 파킨슨병, 말기 퇴행성관절염, 노인성 우울증 등이 그것이다. 이들 질환으로 거동이 불편해져 몸져누운 환자 가족이 겪는 고통도 결코 치매 가족에 비해 작다고 할 수 없다.

5월 말 현재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시행하는 의료기관은 전국적으로 338곳(2만2289병상)이다.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정부가 당초 목표로 삼았던 1556개 의료기관의 21.7%밖에 안 되는 참여율이다. 환자 만족도가 높은 통합서비스 참여율이 이렇게 낮은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가용 간호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활동 간호인력은 조무사를 포함해 23만7744명에 그치고 있다. 가용인력 33만6268명 중 9만8524명이 일을 않고 쉬고 있어서다. 이 유휴 간호인력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고, 의료기관의 자발적 참여율을 높일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문 대통령이 구현하겠다고 공약한 ‘나라다운 나라’란 어떤 나라인가. 국민의 고통과 슬픔을 어루만져 잘 씻겨주는 나라다. 치매 환자뿐만 아니라 다른 중증질환자, 특히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바라는 입원환자들은 모두 국가가 책임지고 돌봐주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간호간병 통합서비스의 확대 시행으로 얻는 파급효과는 긍정적이다. 전염병 전파위험 차단 효과는 덤이다. 환자 가족의 손발을 풀어줌으로써 얻는 국가적, 사회적 이득이 훨씬 더 크다. 또 간병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경제적 부담도 대폭 덜어주는 효과가 기대된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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