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태기획] 혼놀족의 같이 놀기… ‘○○팟’ 즐기는 젊은이들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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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준비생 정모(24·여)씨는 한 달에 한두 번 낯선 이들과 노래방에서 만난다. ‘노래방팟’이라고 불리는 이 모임은 지난 3월 결성됐다. 평소 노래방에서 스트레스를 푼다는 정씨는 취업준비, 시험준비 때문에 친구들과 시간 맞추기가 쉽지 않자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노래방 갈 사람을 모집해 채팅방을 만들었다. 그리고 시간 되는 사람들끼리 모여 노래방에 가고 있다. 정씨는 “팟에서 만난 사람들은 최신곡을 잘 알아서 그때그때 분위기를 맞춰줘야 하는 지인들과 노는 것보다 더 신난다”고 말했다.

이번 학기에 복학한 대학생 박모(23)씨도 일주일에 세 번 모르는 사람들과 밥을 먹는다. 학교 커뮤니티를 통해 들어간 오픈채팅방은 공강 때마다 메시지 알림이 온다. 때와 장소가 맞는 사람들끼리 그때그때 모여 함께 식사를 하는 것이다. 박씨는 딱히 함께 밥 먹을 사람이 없을 때 ‘점심팟’을 애용한다고 말했다. 박씨는 “점심팟에 참여할지 말지는 필요에 따라 정할 수 있어 부담이 없다”고 말했다.

20대 사이에서 ‘○○팟’ 만들기가 유행이다. ‘팟’이란 임시적으로 결성된 집단이나 단체 등을 이르는 인터넷 은어다. 일종의 ‘번개모임’인데, 그중에서도 목적성이 짙다는 게 특징이다. 정씨와 박씨가 참여하는 모임처럼 목적에 따라 노래방팟, 점심팟 등 이름이 달라지곤 한다.

20대 ‘혼놀족’(혼자놀기족)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건 익히 알려져 있다. 하지만 20대는 동시에 ‘함께 놀기’도 즐기고 있다. 혼자 하기엔 왠지 거북하거나 흥이 나지 않고 함께 어울려야 재미가 배가되는 것들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노래방에서 노래 부르기, PC방 가서 팀 게임하기, 놀이공원 가기 등도 마찬가지다. 정씨는 “혼자서 갈 수 있는 코인노래방이 있긴 하지만, 노래방의 묘미는 다른 사람 노래 부를 때 호응하고 함께 ‘떼창’(동시에 노래 부르는 것)하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팟은 기존 인간관계엔 싫증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싶은 20대에 제격이다. 지난해 대학내일 20대연구소가 대한민국 20대 남녀 64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대 10명 중 7명은 인맥 관리에 피로감을 느끼며 4명 중 1명은 새로운 인간관계를 만들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답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개인주의에 익숙한 20대들에겐 인맥관리 등 한국 사회의 규범이 점점 답답해지고 피곤하게 다가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팟에선 오랜 시간 공들여 ‘친해지는 과정’을 생략할 수 있다. ○○팟의 특징은 당장 하고픈 게 있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다함께 만나 열심히 즐기고, 미련 없이 헤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재훈 대학내일연구소 연구원은 “오늘날 20대는 인간관계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달라졌다. 친목에 대한 부담은 최소화하되, 목적했던 바를 이루고 소속감도 느낄 수 있는 목적 지향적 모임을 찾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런 만남이 위험하다며 우려를 표한다. ○○팟은 대개 온라인을 통해 만나는 경우가 많아 상대방 신원을 확신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혼자 떠난 유럽 여행에서 함께 맛집도 가고 사진도 찍어줄 여행팟을 구한 오모(24·여)씨는 이상한 동행자를 만나 여행을 망쳤다. 밤늦게까지 호스텔에서 술 마시자며 오씨를 잡아두고, 식사비도 부담시킨 유학생 2명은 알고 보니 혼자 온 여성만 노리는 상습범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신원이 보장되지 않은 사람과 무턱대고 만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글=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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