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사드 딜레마’ 기사의 사진
지난 4월 26일 경북 성주골프장 부지에 반입된 사드(THAAD) 발사대 2기가 포문을 하늘을 향한 채 배치돼 있다. 청와대는 사드 발사대 4기의 추가 배치는 환경영향 평가가 끝난 뒤 가능하다고 7일 밝혔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 절차의 재검토와 공론화를 제기하면서 일단 시간 연장에는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럼에도 사드를 배치할 것인지, 철회할 것인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말했던 ‘전략적 모호성’이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정부가 모호한 태도를 유지할수록 한·미 관계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양상이다.

청와대가 사드 부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절차 등을 문제 삼으면서 번 시간은 1년 남짓이다. 정부는 이 기간 동안 외교 역량을 총동원해 미국과 중국을 상대로 설득 작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배치와 철회 중 한쪽을 선택해야 할 순간이 결국 다가온다는 점이다. 사드를 둘러싼 지정학적 구도가 1년 사이에 바뀔 가능성도 없다.

문재인정부로서는 어느 쪽을 택하든 상당한 정치적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사드 배치 철회 결정을 내린다면 한·미동맹은 위기를 맞게 된다.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북핵 문제 해결의 전기를 마련하겠다던 문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도 틀어진다. 야당과 보수 진영의 거센 반발도 피할 수 없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7일 “사드 배치 철회는 곧 한·미 관계의 파탄을 뜻한다”며 “차라리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남한만을 향한 것이었다면 사드 문제는 오히려 쉽게 풀릴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이 미국을 공개적으로 위협한 이상 사드 배치를 거부하는 것은 한·미동맹에도 좋을 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사드 배치를 강행하는 것도 쉽지 않은 선택이다. 문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은 한반도 사드 배치에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배치 절차를 진행할 경우 지지층이 이탈해 정권의 안정성이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라크 파병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으로 지지층을 잃은 선례를 반복하는 것이다.

양자택일의 딜레마는 한·중 관계에도 적용된다. 사드를 배치하면 중국은 박근혜정부 때와 같은 방식으로 보복 조치를 내밀 것으로 예상된다. 반대로 사드 배치를 철회하면 ‘한국은 압박하면 굴복하는 나라’라는 인상을 중국에 심어주게 된다. 향후 한·중 사이에 분쟁이 발생할 때마다 중국은 고압적인 태도로 일관할 공산이 크다.

외교안보 부처 내부에서는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정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사드 배치의 민주적 정당성과 절차적 투명성을 확보하고 그 과정에서 북핵 문제도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그 끝에서 어떤 결정이 내려질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미국도 곤란하기는 마찬가지다. 행정부의 공식 채널로는 “한국 정부의 입장을 이해한다”고 말하면서도 의회와 싱크탱크 등에선 우려하는 목소리가 표출되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미국도 판단이 안 선 것 같다. 그래서 ‘이해한다’는 입장을 내면서도 속으로는 ‘사드 배치를 철회하려는 것 아닐까’ 하고 의심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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