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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과 삶] 회색 코뿔소 기사의 사진
회색 코뿔소
최근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세와 함께 우리 경제의 뇌관인 가계부채 문제가 각 언론을 장식하고 있다. 대책을 세워보자고 대통령이 나설 만큼 가계부채는 심각한 지경에 다다랐다. 금융권에서는 올해 말 가계부채를 1500조원 규모로 예측한다. 가구당 7800만원, 1인당 2900만원의 빚을 지고 사는 셈이다.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빠른 속도로 상승하는 와중에 미국은 올해 2∼3차례 금리를 올릴 전망이 유력하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자본 유출을 고려할 때 한국은행 역시 금리를 올린다고 예상해보면 자영업자를 비롯한 수많은 가계가 부채에 허덕일 수도 있다.

이른바 ‘회색 코뿔소’가 달려오고 있다. 천재지변과 같이 예측 불가능한 위기인 ‘검은 백조(Black Swan)’와는 달리 뻔히 보이는 위험을 미셸 부커는 ‘회색 코뿔소(Gray Rhino)’라 불렀다. 무시무시한 코뿔소가 공격해온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애써 외면한다. 살아가면서 닥치는 어려운 문제를 미적거리며 외면하는 습성은 인간의 본능이다. 우리는 예측할 수 있는 위협에 대해 우선 현실을 부정하고 시간을 끌다가 타협해보려는 방어기제를 발동시킨다. 그러다가 한계점에 도달하면 그때야 대책을 세우려 든다. IMF 구제금융이 그랬고, 리먼브러더스 사태 또한 그렇다.

닥친 위기는 어찌 가계부채뿐이랴.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는 없는지 유심히 살펴볼 일이다. 위기는 회색처럼 모호하지만, 순식간에 올 수도 있다. 회색은 색이 없고 밝기만 존재하는 무채색이다. 그래서 회색은 우울한 감정을 유발하고 때로는 무딘 척하면서도 오싹한 상황을 연출한다. 중립의 색인 회색은 거칠고 가난한 색이다. 회색 코뿔소처럼 무섭게 달려오는 가계 빚을 해결해줄 묘책을 정부가 내놓으면 좋으련만, 집안 살림살이는 결국 국민 각자의 몫이다. 가난을 어찌 나라님이 해결해주겠는가.

성기혁(경복대 교수·시각디자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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